[마닐라(필리핀)=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삼겹살에 소주요? 좋아하죠."
이달 19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삼겹살 전문점 '삼겹살라맛'에선 한국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월요일 저녁임에도 만석에 가깝게 찬 테이블에선 필리핀 현지인들이 익숙한 듯 삼겹살을 굽고 소주를 곁들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골디(21) 씨는 소주를 즐기는 방식으로 "삼겹살과 소주 조합을 좋아한다"며 "친구들과 스포츠 경기를 볼 때 특히 농구를 보거나 파티를 할 때 소주를 즐겨 마신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주류 문화는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 술이 함께라는 것과 술과 잘 어울리는 음식을 우리의 '안주'처럼 준비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한국에서 친근한 '삼쏘(삼겹살+소주)' 조합이 필리핀에서 먹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필리핀은 하이트진로 자체적으로 판단했을 때 가장 현지화가 잘 된 시장 중 하나다. 필리핀에서 '진로(글로벌 통합 브랜드명)'는 편의점부터 대형마트까지 모든 유통 채널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또 교민보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술이 됐다.
실제로 이날 오전에 찾은 창고형 할인점 S&R에서 한 소비자는 하이트진로가 준비한 시음 행사에서 딸기 맛이 나는 과일리큐르 '딸기에 이슬'을 맛본 뒤 구매해갔다. 이 소비자는 "주말에 가족들과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마시려고 샀다"며 "술 맛이 많이 안 느껴지는 걸 좋아하는데 딸기에 이슬은 부담 없이 마시기 좋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또 다른 음주 문화 중 하나는 주류와 다른 음료를 섞어 마시는 '팀프라도(Timplado)'다. 필리핀 현지에선 소주에 요구르트와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게 유행이다. 이날 소주를 구매해 가는 한 소비자 쇼핑 카트에는 진로와 함께 요구르트, 사이다가 담겨 있었다.
S&R 측은 K-팝,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로 인해 소주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코 S&R 시니어 바이어(35)는 "K-팝과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필리핀 시장 특성상 소주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존재했기 때문에 회원 니즈에 맞춘 대응 차원에서 소주를 취급하게 됐다. 지속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S&R은 B2B(기업대기업) 사업자 회원 비중이 높기 때문에 도매상, 소형 슈퍼마켓, 외식업자들이 대량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형마트에서 소형 슈퍼마켓으로 퍼지는 구조가 정착하면서 필리핀에서 진로는 '외국 술'보다는 '현지 술'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에선 대형마트에서 주류를 구매한 뒤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게 불법이지만 필리핀에선 법에 접촉되지 않는다. S&R뿐 아니라 퓨어골드 등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대형마트에서도 소매를 위해 진로를 구매해가는 이들이 많다.
하이트진로의 다음 계획은 필리핀 현지 시장에 더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단순히 주류를 파는 게 아니라 '주류 문화'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류 문화를 이끌기 위해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현지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날 저녁 삼겹살라맛 1층에서 삽겹살이 구워지고 있을 때 2층에선 필리핀 현지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하이트진로가 처음 선보인 현지형 콘텐츠 '진로라이브(Jinro Live)'를 촬영 현장이다. 하이트진로는 국내에서 10년 간 운영해온 대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게 현지화 했다.
필리핀에선 노래방과 음주가 결합된 '비디오케(Videoke)' 문화가 발달돼 있다. 이날 진로라이브에 출연한 필리핀 힙합 듀오 'GY(Gab & Yen)'는 각자의 노래방 애창곡을 부르고 현장 신청곡을 즉석에서 부르며 필리핀 특유의 사교 문화인 비디오케 문화를 보여줬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라이브는 단순한 술 예능이 아니라 진로가 필리핀 대중문화 안에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라며 "한식, 소주, 노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MZ 세대를 겨냥한 현지화 마케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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