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2년 연속 적자에 빠진 신세계L&B가 '소방수' 마기환 대표를 다시 불러들이며 반등에 나섰다. 업계에서 와인 유통에 정통한 실무형 인사로 평가받는 마 대표는 작년 말 1년여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와인시장 전반의 침체와 실적 부진이 맞물린 상황 속에서 신세계L&B는 본업 중심의 구조 재편과 브랜드 리브랜딩, 점포 효율화 등 다각적인 전략을 가동하며 수익성 회복의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마기환 전 나라셀라 영업마케팅 총괄 전무를 신세계L&B 대표로 선임했다. 1970년생인 마 대표는 2000년 신세계 이마트 부문에 입사해 2013년부터 신세계L&B의 영업팀장, 영업담당 상무 등을 역임한 '와인통' 인사다. 2023년 와인 수입·유통사 나라셀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여 만에 다시 친정으로 복귀했다.
그가 복귀한 신세계L&B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팬데믹 기간 혼술 문화 확산으로 성장했던 와인시장은 특수 종료와 고환율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며 전반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액은 2022년 5억8128만달러에서 2023년 5억602만달러, 2024년에는 4억6211만달러까지 감소했다.

이 같은 시장 위축과 맞물려 신세계L&B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2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4년 52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도 2023년 53억원 적자에 이어 2024년 5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년간 누적 손실만 100억원 이상이 났다.
재무지표에서도 어려움이 감지된다. 2023년 29억7000만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4년 들어 69억4000만원 순유출로 전환됐다. 이는 영업 성과가 실제 현금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수익성 저하를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도 약 55억원 증가한 664억원에 달했다. 특히 유형자산은 2023년 말 150억원에서 2024년 16억원으로 급감했는데 이는 체질개선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주소주 매각과 함께 제주공장 등 제조설비 일체를 정리한 데 따른 것이다.
마 대표가 맡은 과제는 명확하다. 매출의 약 87%를 차지하는 와인 유통 본업의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수익성을 회복해야 한다. 앞서 신세계L&B는 2021년 제주도에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하며 위스키 사업에 진출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이를 잠정 중단하고 와인 중심 전략으로 선회했다. 또 오랜 적자를 이어온 제주소주도 작년 11월 오비맥주에 매각했다.
대신 신세계L&B는 와인 유통 본업과 와인앤모어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비수익 점포 7곳을 정리하고 브랜드 리브랜딩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기존의 프리미엄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 일상에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향으로 이달 초 슬로건과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전면 교체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L&B 측은 소비자들의 변화된 취향과 소비 행태에 맞춰 브랜드 전략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와인앤모어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병행 중이다. 지난해 4월 '와인앤모어 뷰티' 상표를 출원한 데 이어, 11월에는 프랑스 부르고뉴산 피노누아를 원료로 한 마스크팩·핸드크림·바디스크럽 등 화장품 3종을 출시하며 관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와인앤모어는 지난 2년간 비수익 점포를 정리했고 리브랜딩을 통해 브랜드 방향성을 재정립했다"며 "향후 시장 반응을 보며 매장을 신중히 확대할 계획이며 전반적인 비용 구조 조정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마기환 대표는 와인 영업에 정통한 실무형 인사로 신세계L&B가 와인 유통업계 1위 사업자로서 다시 방향을 잡는 데 유리한 카드"라면서도 "리브랜딩과 구조조정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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