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올해 2분기부터 제외되는 대형 액정디스플레이(LCD)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핵심 고객사인 애플 공급망 내 점유율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OLED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생산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업체 추격도 이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품질·경쟁력 확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매출 6조653억원 중 22%는 TV 부문에서 나왔다. TV 부문은 지난해 내내 20%대를 유지해 왔지만 2분기부터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대형 패널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매년 대형 LCD 사업에서 2조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TV 사업의 40% 수준으로 파악되며, 분기별로 따졌을 때 5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2조원을 대형 OLED 패널만으로는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TV 사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패널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중소형 OLED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매출 비중에서도 모바일과 IT 등 중소형 OLED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8년만 해도 TV 부문은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IT 35%, 모바일 34%, TV 22%, 차량용 9%로 중소형 패널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달한다.
올해 LG디스플레이 매출의 핵심은 3분기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 17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17시리즈 4종 중 일반·프로맥스·에어 모델에서 OLED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6시리즈에서는 프로와 프로맥스에만 OLED를 공급했지만 올해는 아이폰 3종에 납품하게 됐다.
그러나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 점유율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숙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 17시리즈뿐 아니라 16시리즈에서도 전 품종에 OLED 패널을 공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생산되는 전체 아이폰 OLED 패널 중 삼성디스플레이는 50%, LG디스플레이는 30%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15~20% 정도는 BOE가 차지하는데, 주로 아이폰 13·14 등 레거시 라인업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밑에서는 중국 업체가 치고 올라오는 와중에 위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격차를 벌리고 있어 중간에 낀 상황이다. 무엇보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잡기에 LG디스플레이의 생산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아이폰 연간 출하량 목표를 7000만대 중후반, IT OLED의 경우 400만대 중반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중소형 OLED의 연간 출하량 목표는 4억7560만대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고객사가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고객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4년 사업보고서(Form 20-F)에 따르면 중소형 OLED 라인의 월 유리기판 투입능력은 6만4000장(64K)으로 나타났다. 라인의 유리기판 투입 능력은 실제로 투입해 생산할 수 있는 원장 매수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6세대 라인인 아이폰 OLED 공정을 진행하는 AP4의 경우 월 4만7000장(47K), 지난해 아이패드 전용 라인으로 구축한 AP5의 경우 1만7000장(17K)이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생산능력은 유리원장 기준 월 20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8.6세대 IT OLED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하며 월 1만5000장 규모의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연속 2분기 흑자를 달성했음에도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쉽게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올해 투자 규모를 2조원 초중반으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통상 신규 라인을 설치하는데 3조원 정도 투입되고, 기존 라인을 유지하는 데에만 2조원이 소요되는 만큼 사실상 올해 생산 능력을 높이기란 쉽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물량을 갖고 오기란 쉽지 않다"며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당분간은 라인을 더 늘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의 추격도 예의주시할 사항이다. BOE의 경우 아이폰 레거시 라인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며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8.6세대 IT OLED 진입을 선언하며 공격적인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 1~9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출하량 기준 중소형 OLED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5%로 1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48.2%를 넘어선 상황이다.
다만 당분간은 중국기업이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쉬이 좁힐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애플은 아이폰 17시리즈에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 패널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LTPO OLED는 고효율·저전력 디스플레이 기술로, 전력 소모를 20%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복잡한 제조 기술로 현재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만 애플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앞선 관계자는 "애플은 내달 BOE에 대한 LTPO OLED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중국 업체의 경우 박막트랜지스터(TFT)뿐 아니라 증착, 모듈, 소재 등 여러 공정에 문제가 있다. 아직은 중국 업체가 프리미엄 라인까지 치고 올라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삼성디스플레이를 앞질러 갈 수도 없다. 그러나 중국 업체와의 격차가 좁혀지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애플 내 점유율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 내 경쟁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승룡 LG디스플레이 소형기획관리담당은 최근 열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 사업은 자사 역량과 전략 입지가 강화돼 당초 계획 대비 큰 변화 없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원가 혁신과 품질·경쟁력 강화를 통해 물량 확대로 경쟁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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