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LG디스플레이 매출의 8%를 차지하는 차량 디스플레이 사업이 반등하려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원가 절감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차량용 OLED 패널이 프리미엄 시장이 아닌 메인스트림(주류) 시장까지 확대돼야 매출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 디스플레이 매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매출에서 차량 부문의 비중은 2020년 5%에서 2024년 8%로, 2025년 1분기 기준 8%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사업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이지만, 2020년 이후 4년간 연평균 10% 상회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향후 3년간은 안정적인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든든한 수주 잔고다. 2023년 기준 LG디스플레이의 차량 디스플레이 수주 잔고는 20조원으로 올해까지 약 3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LG디스플레이는 10여개 완성차 업체와 거래선을 트고 OLED 패널을 납품했거나 함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OLED뿐 아니라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로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방식을 채택한 액정 디스플레이(LCD), 필러투필러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등 다양한 LCD 제품을 공급하는데, 이들 모두 프리미엄 라인으로 불린다. OLED도 유기발광층은 두 개로 쌓아 수명과 밝기를 개선한 투 탠덤 기술을 주력으로 채택하는 등 기술력으로 차별화를 이뤘다.
LG디스플레이의 하이엔드 공략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하이엔드 패널인 OLED와 LTPS LCD 시장에서 1만7980대를 출하하며 점유율 23.6%를 기록했다. 매출 기준으로도 15억8373만달러(2조2519억원)로 가장 높은 실적이었다.
다만 OLED 시장에서는 조금 달랐다. 지난해 차량 OLED 출하량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출하량의 59.2%를 차지했으며, 매출에서도 55.1%를 기록했다. 매출 부문에서 LG디스플레이는 2위였으며, 출하량에서는 BOE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각 회사의 차량 OLED 접근 방식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투 탠덤 방식의 폴리이미드(PI) 플렉시블 OLED를 주력으로 양산하고 있다. 해당 제품이 프리미엄 라인에서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구현하는데 탁월한 만큼 프리미엄 자동차 위주로 패널을 공급했다.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의 주요 고객사는 주로 유럽과 미국 업체로, 최근 현대 제네시스와 소니혼다 등 아시아 고객사로 확대되고 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 OLED만 생산하는 만큼 OLED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일부 하이엔드 차량에는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지만 리지드(Rigid) OLED를 주력 제품으로 채택해 원가를 낮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리지드 OLED는 단단한 유리기판을 활용하는 패널로, 공정수가 복잡한 플렉시블 OLED보다 제조 원가가 저렴하다. 또 중국 리오토, 지커 등 전기차 업체에도 OLED 패널을 납품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에 자원을 '올인'하는 만큼 OLED 출하량이나 매출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데, 전기차 업체는 OLED도 많이 차용한다. 또 중국에서는 자동차의 '거실화'가 진행되는 만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고려해 디스플레이를 많이 넣는다. 반면 서구 시장은 미니멀리즘을 중시해 다소 간소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도 저변을 확대하려면 OLED에 대한 원가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통 완성차 업체들이 디스플레이에 1% 정도의 예산을 할애하는 만큼 LCD보다 가격이 3배 높은 OLED를 차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선 관계자는 "자동차 가격이 8000만원, 1억원대는 돼야 OLED를 쓸 수 있다. OLED 가격이 LCD의 3배 정도 되는 만큼 프리미엄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차량 OLED 시장이 확대되려면 가격도 내려가야 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매출에서 OLED가 좀 더 늘어나려면 자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보다 원가가 저렴한 어드밴스드 씬 OLED(ATO)를 개발하는 등 가격 개선에 나서고 있다. ATO는 폴리이미드 대신 유리기판을 채택해 원가를 절감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LG디스플레이는 차량 OLED와 LTPS LCD 간 가격 격차를 양산 초기보다 2배 이하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기환 오토마케팅 상품기획도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대규모 OLED 수주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OLED는 유럽과 미국 고객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 고객까지 확대됐다. 향후 3년 내 OLED 매출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필러투필러, OLED, LCD 차별화 기술을 기반으로 매출과 수익성 강화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앞선 관계자는 "프리미엄 시장 이하에 있는 중저가 시장까지 내려와야 수익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디스플레이 시장이 규모의 경쟁인 만큼 (차량 OLED) 규모가 커지면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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