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올해도 8.6세대 IT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두기로 한 만큼 고객사를 확보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지난해 IT OLED 판매량 부진으로 타격을 입었던 만큼 투자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열린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매출 6조653억원, 영업이익 335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이뤘다고 밝혔다. 광저우 LCD 공장 매각 대금인 2조2466억원은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의 8.6세대 IT OLED 진입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는 올해 투자금액을 2조원 초중반대로 전망하며 보수적 투자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선투자를 시작한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등이 내년 양산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LG디스플레이도 고삐를 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연내 8.6세대 IT OLED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패널 사업은 애플을 주 고객사로 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거나 애플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이상 아직은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
앞서 8.6세대 IT OLED에 4조1000억원 투자를 결정한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고객사가 다양했기에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 출시 예정인 애플의 맥북 프로 OLED의 패널을 단독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8.6세대 IT OLED 패널 10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는 만큼 기존 거래선인 델, HP 등을 대상으로 납품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BOE의 경우 미리 고객사를 확보하지 않고 먼저 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8.6세대 IT OLED 라인 설계에 630억 위안(12조4147억원)을 들였지만 모바일 OLED 라인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고육지책을 단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는 장치 산업인 만큼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 델, HP, 레노버 등 다양한 고객사가 있기에 투자가 가능했다"며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이라는 주요 고객으로부터 효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애플로부터 대규모의 납품 물량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8.6세대 IT OLED에 투자할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고객이 없으면 수율이 확보되더라도 생산 라인의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지난해 LG디스플레이에 8.6세대 IT OLED 사업 투자를 권유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지난해 애플이 자금 지원을 한다는 조건으로 LG디스플레이에 투자를 권유했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투자하는 것과 별개로 구매에 대한 약속이 필요하다. 돈이라도 빌려서 투자하라면서 물건을 사지 않으면 결국 빚으로 남기 때문"이라고 했다.
IT OLED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LG디스플레이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아이패드용 OLED 전용 라인을 구축했지만 1세대 OLED 아이패드 프로 판매가 부진하면서 OLED 패널 납품이 감소했다. 이에 올해부터는 해당 라인에서 아이폰 OLED를 혼용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지난해 OLED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간 패널 조달량은 예상치인 800만~1000만개에서 570만개 이하로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IT OLED에 투자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며 "평균만 됐더라도 8.6세대 IT OLED 진입을 서둘렀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은데다 맥북 에어도 출시도 2029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급하게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올 방안도 마땅치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 부채총액은 24조1540억원으로, 장·단기 차입금은 14조5770억원에 달한다. 경쟁업체들이 8.6세대 IT OLED에 투자한 금액을 고려했을 때 자금 마련 방안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좋다면 선투자가 의미있다. 그러나 여유가 없는 회사의 경우 선투자를 하더라도 비용 부담만 커진다. 바로 제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플이 솔 벤더(sole vendor)를 선호하지 않는 만큼 기술력만 있다면 뒤늦게 진출하더라도 충분히 파고들 틈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후발주자였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거의 독점하던 애플 공급망에 진입해 아이폰 OLED 점유율을 30%까지 올렸다.
앞선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다양한 벤더를 선호하는 만큼 조금 늦게 진입하더라도 기술력만 있다면 애플이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LG디스플레이도 후발주자로 들어갔지만 중소형 OLED로 성과를 냈다. 기술력이 있다면 시장이 안정화됐을 때 들어가더라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회사마다 사업 전략 구조가 다르기에 LG디스플레이가 늦었다거나 못 하고 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며 "LG디스플레이도 재무구조나 체질, 고객사 등을 생각해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 측은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으며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