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애플의 멀티밴더 전략에 따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BOE 등 중국업체들도 중소형 OLED 시장에 진입하자 애플 공급망 내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 폴더블폰에 대한 OLED 단독 공급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강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매출 5조9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인 6조653억원(영업이익 335억원)보다 밑돈 수치다.
일각에서는 점점 치열해지는 중소형 OLED 경쟁도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중국업체인 BOE 등이 중소형 OLED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IT 기기의 '큰손'이라 불리는 애플 내 점유율을 점점 잃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스마트폰용으로 공급한 OLED 비중은 2023년 3분기 71.1%에서 51.1%로 줄었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는 12.2%에서 30.3%로 늘었으며, BOE는 8%에서 15.7%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애플 공급망 내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배력이 약화되면서 실적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미국 매출은 13조2814억원으로 전년(16조9894억원)보다 21.8% 줄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미국 매출은 대부분 애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멀티 벤더' 전략도 삼성디스플레이에 악재로 적용하고 있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2023년 애플 공급망에 진입한 이후 기술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키워오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를 탑재한 아이폰 프로·프로맥스에 OLED 패널을 납품했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7 시리즈의 경우 전 모델에 LTPO OLED가 도입될 예정인데 LG디스플레이는 4종 중 3종에 OLED를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모델에 패널을 납품하지만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일정 부분 점유율을 내주게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애플 공급망 내 점유율은 줄어들 수도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지난 시리즈부터 LTPO OLED 적용 모델에 OLED를 납품하고 있는데 LTPO 적용 모델이 늘어나면서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이어 "이는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을 조금씩이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라며 "다행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캐파(CAPA)가 크지 않은 만큼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오랜 양산 경험을 가진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이 2026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인 폴더블폰의 OLED를 단독 납품할 전망이다.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인 만큼 아이폰 폴더블폰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32.9%으로 2022년 79.2%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Z폴드6·플립6의 판매량이 추정치인 1000만대에서 낮아진 700만~800만대에 그치면서 올해 3분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Z폴드·플립7의 목표 출하량도 500만대 수준으로 크게 낮춘 상황이다.
앞선 관계자는 "이제까지 애플이 폴더블폰에 진입하지 않았던 이유는 갤럭시의 폴더블폰 수준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성능을 제시한 만큼 중국업체, LG디스플레이가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LG디스플레이도 폴더블 노트북을 생산했지만 스마트폰에선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양산 기반이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좀 더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경쟁 업체와 격차를 좀 더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도 폴더블 OLED 등 차세대 폼팩터 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OLED 패널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휘도, 저전력 기술, 폴더블 등 차세대 폼팩터 기술 완성도를 높여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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