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변한석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4일 TV 사업 수장을 이원진 사장으로 갑작스럽게 교체했다. 공대 출신의 기술 전문가가 아닌 소프트웨어, 마케팅 전문가인 이 사장을 선택한 것은 '당장 수익성을 끌어올리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문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TV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TV 사업 전략을 기존 '하드웨어' 보다는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옮겨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시장단 인사를 통해 이원진 글로벌마케팅실장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구글, 어도비 등 글로벌 빅테크를 경험한 '마케팅 전문가'로 2014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으로 합류한 뒤 '삼성 TV 플러스', '삼성 아트스토어' 등 굵직한 사업들을 기획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사장의 풍부한 사업 성공 경험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턴어라운드를 주도할 것을 기대한다"며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등 TV 사업 경쟁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TV 사업 수장 교체는 한국 TV 산업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상관있다. 삼성전자 TV·가전 부문은 지난해 약 2000억원 적자를 냈다. 여기에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가 저가 공세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15% 점유율을 가졌다. 다만 TCL 등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합산은 25%로 삼성전자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물량 기준으로 1위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TV 수장을 바꾼 건 기존의 '기술 전문가'에서 '소프트웨어·마케팅 전문가' 체제로 옮겨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TV 사업 전략 역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이 TV부문 수장을 맡으면 하드웨어 기기 판매를 넘어 광고 및 구독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삼성전자가 TV를 단순 가전제품을 넘어 광고와 게임, 콘텐츠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개편하겠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TV시장은 과거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넘어오면서 패널 두께와 거대한 화면, 압도적 화질 등으로 경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8K 이상의 TV화질은 사람의 눈으로 차이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지면서 하드웨어 경쟁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연간 20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수익성이 악화되자 수장 교체라는 과감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신임 사장은 구글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글로벌마케팅 실장을 맡아 브랜드 경쟁력 강화 등 해외 사업 경쟁력을 올리는데 기여했다. 이에 기존에 하드웨어를 팔아서 수익을 올리던 전략에서 전 세계에 보급된 수억 대의 삼성 스마트 TV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TV 플러스의 콘텐츠를 강화해 사용자가 TV를 켜두는 동안 발생하는 광고 수익과 콘텐츠 구독료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존 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용석우 사장은 DX부문장 보좌역으로 이동한다. 그는 연구개발(R&D) 전문성과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로봇 등 세트 사업 전반의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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