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목표로 초대형 투자은행(IB)과 발행어음,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에 도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종투사 제도 정비부터 IMA 사업자의 인가 가이드라인을 밝히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증권사들은 태스크포스(TF) 마련 등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증권사별 전략과 강점을 살펴보고 인가에 걸림돌이 되는 대주주 적격성·내부통제 이슈 등 리스크 요소도 점검해 본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2017년 초대형 투자은행(IB) 초기 시절부터 인가를 받은 대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다. 나란히 초대형 IB로 지정된 후, 자본 규모는 비슷하지만 라이선스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서로 다른 전략을 유지해 눈길을 끈다. 두 곳 모두 은행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로 지주사 차원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높아 특화 전략을 정확히 구사해야 하는 입장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9조4000억원, 6조7000억원의 발행어음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KB증권은 자기자본(6조6800억원) 대비 140%,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7조3900억원) 대비 90% 수준이다.
발행어음 수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반대 양상을 보였다. KB증권의 발행어음 수익은 980억원, NH투자증권은 1700억원대를 기록했다. 다만 2023년의 경우 다시 한번 대조적 실적을 거뒀다. KB증권은 1200억원대, NH투자증권은 180억원대 수익을 거둔 것이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정반대 흐름을 보이는 것은 금리 흐름에 따라 채권 차손을 인식한 시점이 달라서 생긴 격차로 해석된다. 금리 평가이익을 반영하면서 이익이 발행 규모에 비례하지 않고, 시점마다 수익성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낮은 어음발행 규모를 유지하지만 KB증권은 높은 수준의 발행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대비 약 182%의 발행어음 비율을 보여 초대형 IB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KB증권이 이 뒤를 잇는다.
KB증권은 자산관리(WM)와 IB의 시너지를 통한 고액자산가 대상 맞춤형 상품 제공에 특화됐다. KB금융그룹 내 은행, 보험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인수, 크로스셀링 등 다양한 연계 딜을 발굴할 수 있다. 리테일과 법인, 글로벌 사업을 균형있게 확대하는 추세다.
반면 NH투자증권은 NH금융지주 내 IB 중심축으로서 그룹 내 주요 IB 파이프라인을 주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2024년 3분기 말 누적 기준 순이익은 5766억원으로 NH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의 약 22%를 차지해 그룹 내 수익 기여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NH투자증권이 자기자본 규모를 약 6000억원 정도 늘리면 IMA(종합금융투자계좌) 사업자 도전도 가능하다.
다만 두 곳 모두 은행금융지주 계열로,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보다는 큰 '핸디캡'을 안고 있다.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재 구조로는 은행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모험자본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사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따라 건전성 규제를 받지만, 은행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연결 재무제표에 함께 잡히기 때문에 지주사의 건전성 지표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주주환원 확대가 은행금융지주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RWA가 증가하면 핵심자본인 보통주자기자본(CET1) 비율이 낮아진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주주 배당 규모가 결정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는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앞두고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증권사들은 RWA 관리를 위해 대출 기준 강화와 함께 가장 먼저 펀드 출자를 줄인다. 펀드 출자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400%에 달한다. 모험자본을 늘리고 싶어도, 금융지주사의 상황을 고려하면 증권사 전략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모두 지주 내에 벤처투자사를 가지고 있지만, 타사에 비해 출자가 불리한 이유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은행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건의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도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의 경우 RWA 관리를 지나치게 조이면서 모험자본 공급의 역할이 위축되는 면이 있다"며 "증권업계 특성에 맞는 범주 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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