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령 기자] 올릭스가 개발 중인 대사이상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OLX702A' 1상 임상시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올릭스는 최근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 릴리)와 9100억 규모의 MASH 치료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1상 최종 결과가 향후 마일스톤과 로열티 수령 등 기술이전 계약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릭스는 이달 7일 릴리와 'OLX702A'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OLX702A는 MARC1 효소를 억제하며 MASH와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을 표적하는 물질이다. 이번 계약 규모는 총 6억3000만달러(한화 약 9117억원)로 계약금(선급금)과 임상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상업화 마일스톤이 포함됐다. 다만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올릭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릴리로부터 선급금을 수령한 후 OLX702A의 호주 1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릴리는 연구·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하며 OLX702A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를 확보하게 된다. 또 현재 타깃하고 있는 MARC1 이외에도 추가 타깃을 겨냥한 치료제를 개발할 경우 릴리가 우선권을 갖게 되어 계약금액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1상 결과에 따라 2상부터는 릴리에게 모든 권리가 이양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1상 최종 결과가 계약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진 긍정적인 중간 데이터가 확보됐다는 회사 측 설명이지만 임상이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변동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만약 1상 최종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계약금은 반환되지 않지만 후속 개발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올릭스가 발표한 중간 데이터는 긍정적이지만 최종 결과에서도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MASH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OLX702A가 확실한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추가적인 협상 기회도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릴리가 올릭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게 된 건 최근 릴리의 연구 방향과 무관치 않다.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를 보유한 릴리는 당뇨와 비만 치료에 이어 MASH 분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MASH는 음주와 관계없이 지방이 간에 축적돼 염증과 섬유화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방치 시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주로 비만이나 2형 당뇨병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중요한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
릴리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기술을 활용한 병용 요법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GLP-1 기반 비만 치료제와의 병용 요법 ▲대사질환에서의 RNA 치료제 확대라는 전략적 측면에서 올릭스의 후보물질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릭스의 OLX702A는 '비대칭 siRNA'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갈낙(GalNAc)'을 통해 발굴됐다. 전임상 연구에서는 GLP-1 제제들과 병용 시 요요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확인됐으며 MASH 전임상 모델에서도 지방간 감소 효력이 입증됐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발표된 호주 1상 중간 결과에서도 OLX702A는 안전성과 예비 효력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60여명이 투여를 완료했으며 84일간 추적 관찰한 결과 복부둘레가 평균 1인치(2.5cm) 감소했다. 또 일부 환자에서는 BMI와 복부둘레가 의미 있게 감소했으며 중대한 이상 반응(SAE) 없이 내약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긍정적인 데이터가 릴리와의 계약 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릴리는 GLP-1 기반 치료제와 병용할 RNA 치료제 확보 차원에서 올릭스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MARC1은 MASH 치료의 유망 타깃이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단독보다는 병용요법 개발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릭스 관계자는 "OLX702A는 다양한 심혈관·대사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지만 전임상 단계부터 MASH와 비만 치료제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해 왔다"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릴리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연구 방향은 릴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1상 종료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릭스는 MASH 치료제 외에도 ▲탈모 치료제 'OLX104C' ▲황반변성 치료제 'OLX301A' 및 'OLX301D' 등을 개발 중이다. 지난달 발표된 'OLX104C'의 호주 1상 결과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이 모두 충족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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