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올해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롯데 식품군·유통군 총괄대표가 유임에 성공하며 고강도 인적쇄신에서 살아남았다. 이번 인사에서 40%에 육박하는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가 교체된 점을 감안하면 눈길을 끄는 결과다. 시장에선 이들이 중책을 맡은 지 얼마 안돼 성과를 증명할 1년의 유예기간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두 대표는 칼날 인사를 피한 만큼 내년에는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으로 보답해야 하는 과제 역시 떠안은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이 2025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만 롯데그룹 CEO의 36%에 해당하는 21명이 교체됐다. 그 가운데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HQ(헤드쿼터) 총괄대표와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HQ 총괄대표가 유임에 성공했다. 사업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두 대표가 고강도 인적쇄신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을 이들 각각이 식품군·유통군 HQ 총괄대표 직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이 총괄하는 계열사별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1년의 추가적인 시간을 부여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HQ 총괄대표 부회장은 2022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총괄대표로 선임됐다. 사실상 총괄직을 맡은 지 지금이 2년 째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내년 3월 임원 만기를 앞둔 상황이기도 했다. 현재 이 부회장이 관장하고 있는 식품군 HQ 계열사로는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지알에스 등이 있다.
아울러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 역시 이 부회장과 동일한 2022년 임원인사를 통해 유통군 HQ 총괄대표에 선임됐다. 김 부회장은 롯데그룹 통틀어 외부에서 영입한 첫 대표이사로 알려졌다. 유통군 HQ에서는 롯데쇼핑(백화점·대형마트·이커머스), 세븐일레븐, 롯데하이마트 등의 계열사를 담당하고 있다.
두 대표는 이번 칼날 인사에서 살아남아 1년의 시간을 벌었지만 '성과 창출'이라는 막대한 지상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지난 8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 만큼 이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특히 이들이 지휘하고 있는 몇몇 계열사는 현재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현재 롯데 식품군 HQ 주요 계열사 중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올 3분기 연결기준 누적매출 3조1012억원, 영업이익 17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34.5% 급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3%나 줄어들었다.
롯데 유통군 HQ의 롯데쇼핑과 세븐일레븐 역시 실적 반등이 선결 과제로 꼽히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매출은 10조5095억원, 영업이익은 3259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축소된 반면 영업이익은 6.5% 늘어났다. 다만 이커머스 계열사인 롯데온의 올 3분기 누적매출은 8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한 데다 영업적자는 615억원에 달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매출 4조595억원, 영업손실 52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3분기 대비 6.3% 감소했고 영업손실 역시 전년 224억원에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식품군·유통군 HQ도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식품군 계열사인 롯데칠성은 최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2028년까지 매출액 5조5000억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 밀키스 등의 제품을 통해 전체 매출 35%를 차지하는 해외법인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 최적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식품군 또 다른 계열사인 롯데웰푸드 역시 빼빼로를 글로벌 전략상품으로 낙점해 향후 빼빼로를 매출 1조원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롯데웰푸드는 총 해외매출 비중도 2028년까지 35%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유통군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특히 롯데온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략 상품군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은 상품 구성을 재조정해 영업이익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아울러 세븐일레븐도 올해 미니스톱을 완전히 통합한 이후 점포 효율화 작업을 어느 정도 마친 후라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시장에서는 두 대표가 이번 대대적 인사에서 유임에 성공한 만큼 계열사별 성과를 극대화하도록 맞춤형 전략을 펼치며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롯데 식품군과 유통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 실행력을 높일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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