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롯데가 장기간 그룹 컨트롤타워를 맡아왔던 '경영혁신실' 재건에 나선다.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은 지난해 미래성장실에 신사업 발굴 임무를 넘기며 역할이 다소 축소됐었지만 올해 사업지원실을 통합하며 그룹 내 중심 축으로 다시 떠올랐다. 롯데지주는 향후 노준형 사장의 경영혁신실을 중심으로 '탑다운(Top-Down)'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고 그룹사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한다고 28일 밝혔다. 또한 롯데지주 내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해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노 사장은 1968년생으로 2002년 롯데정보통신에 입사한 후 경영지원부문장·전략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에는 대표이사에 부임한 뒤 메타버스·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과 그룹 IT·DT사업을 주도했다. 지난해부터는 그룹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완성을 위해 경영혁신실장을 맡아왔다.
이번 롯데그룹의 경영혁신실 조직 개편은 그룹 컨트롤타워의 '재건' 작업으로 풀이된다. 실제 경영혁신실은 지난해 신유열 부사장의 롯데지주 합류로 신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성장실이 신설되기 전까지 그룹의 인수합병(M&A)과 신사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경영혁신실은 2017년 롯데지주가 설립된 이후 명칭이 수 차례 변경되면서도 그룹사 전반의 사업전략을 짜고 이를 실행하는 핵심기구였다.
이와 함께 이번에 통합 경영혁신실 수장을 맡게 된 노 사장도 롯데그룹의 '키맨'으로 부상했다. 롯데그룹이 경영혁신실의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계열사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경영혁신실을 중심으로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고 계열사의 투자·구조조정·자산유동화 등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총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 경영혁신실을 부사장급 조직에서 다시 사장급 조직으로 승격시키며 노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롯데가 컨트롤타워를 재건하려는 이유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으로 인해 그룹이 생존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 강력한 통솔력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롯데그룹의 3대 축인 화학·식품·유통사업의 장기간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증권가를 중심으로 롯데케미칼 발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루머까지 퍼지기도 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지우기 위해서라도 계열사 전략의 방향성을 한데 모으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롯데그룹은 향후 기존 계열사들의 사업전략을 통솔하는 '경영혁신실'과 신성장동력 확보 및 글로벌사업을 총괄하는 '미래성장실' 두 축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 특히 경영혁신실의 경우 우선 유동성 위기 논란을 잠재운 뒤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최근 생존의 기로에 놓인 만큼 탑다운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삼성의 미전실과 신세계의 경영전략실처럼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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