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롯데케미칼이 지속된 실적부진으로 인해 과거 회사채 발행시 약속한 수익 특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이는 '재무 특약 위반'으로, 이론적으로 디폴트(EOD·기한이익상실)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주요 채권자들과 만나 조기상환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일시적 '웨이버(적용유예·Waiver)'를 요청하기 위해 사채권자 집회를 열 계획이다. 다만 채권자들이 웨이버 요청을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 의견이 갈리고 있다.
21일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을 미준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채관리계약 특약 제2-3조(재무비율 등의 유지) 상 롯데케미칼은 3개년 누적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실적부진이 지속되면서 올 9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재무비율이 4.3배를 기록, 특약사항을 위반하게 됐다. 대상 회사채는 제 52회 공모 회사채(공모채)부터 제 60회 공모채며, 총발행잔액 규모는 2조450억원이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말 EBITDA/이자비용은 1.1배 수준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최근 이익 급감 및 투자 확대로 인해 비용 증가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말 27.8배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특약사항을 준수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사채권자들은 사채권자집회를 소집하고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할 수 있다. 이는 곧 조기상환 요구를 뜻한다. 사채권자집회는 회사채별로 개최되며, 특정 안건이 결의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출석 사채권자 의결권의 3분의2, 미상환 잔액의 3분의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사채권자들과 순차적 협의를 진행, 조기상환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일시적 웨이버를 요청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선 사채권자의 웨이버 동의만 확보되면 재무 리스크 확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흔하지 않게 이익창출능력을 포함해 발생한 문제인 데다, 내년도 롯데케미칼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재무관점에서 중대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과거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한국항공우주 등도 비슷한 사례를 겪었는데, 재무약정 완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고 진단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기초소재(NCC) 증설 효과로, 롯데케미칼의 내년도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7694억원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3개년 적자에서 탈출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Capx 축소와 자산매각 활동 등으로 재무부담은 완화될 전망이며, 영업활동 현금 창출능력도 꾸준히 상승해 순차입금이 축소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미즈호은행에서 빌린 장기차입금 관련 재무약정 사항을 충족하지 못한 것. 그때도 웨이버를 받아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만에 하나 채권자들과 웨이버 협의를 원만하게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롯데케미칼의 상환여력이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보유 자금이 상환해야 할 자금보다 부족하면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롯데케미칼은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만 한다.
일단 롯데지주 측은 롯데케미칼의 유동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지주 측은 "롯데케미칼이 보유예금 2조원(10월 기준)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의 경우 모두 4조원 상당을 확보하고 있다"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채권업계 일각에서는 사채권자들이 조기 상환 요구에 나설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자는 증권 및 보험사 등 기관들이 대부분일 텐데,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이번 특약 위반에 대해 유예시켜줬다가 또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해당 기관의 실무자 책임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담당 실무자들은 이같은 위험성을 감수하기 보다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정 사채가 기한의 이익을 상실할 경우 사채관리계약 등 차입 약정에 따라 사채 뿐만 아니라 은행차입금 등 모든 차입금에 대해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게 된다. 다만, 은행차입금의 경우 통상 치유기간 중 협상을 통해 채무상환 조건 등이 조정될 수 있다.
한편, 이번 회사채 기한이익 상실 요건 발생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6월 정기평가에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AA) 전망에 '부정적'을 부여한 바 있다. 해당 사안은 원만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유동성 위험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신용평가사는 유동성 대응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 등의 진행 경과와 유동성 대응력 변화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회사의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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