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미국 47대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향후 중국에 대한 견제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불어 미국 내 복제약 시장 확대 및 약가 인하 등이 점쳐지며 바이오시밀러 기업들도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제약바이오 관련 주요 정책은 ▲필수 의약품 원부자재 수입 제한(생물보안법) 및 자국 내 생산 ▲약가 인하 ▲바이든 행정부 헬스케어 정책 재편 등으로 알려졌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생물보안법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시장에서는 전망 중이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내 바이오산업의 안전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바이오기술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의회가 선정한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거래 제한 대상에는 중국 최대 CDMO 회사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 등이 포함됐다. 미국 하원은 올해 9월9일(현 지시간) 찬성 306표, 반대 81표로 생물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법안 유예기간은 2032년 1월까지다.
생물보안법이 강화될 경우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기업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SK팜테코, SK바이오사이언스, 마티카바이오 등이 꼽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4월 준공을 목표로 18만리터 규모의 5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 앞으로 지어질 6, 7, 8공장 등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이 완료될 경우 회사의 총 케파는 132만4000리터에 달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SK팜테코, 마티카바이오는 미국 현지에 CDMO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6월 독일 'IDT 바이오로지카(Biologika)'를 인수하며 생산기반을 확보했다. 에스티팜은 올해 8월 연간 수조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 블록버스터 신약의 저분자 화학합성 의약품(small molecule) 공급사로 선정됐다. 해당 의약품의 원료는 당초 중국에서 생산됐지만 생물보안법 이슈가 부각된 이후 이를 에스티팜이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해리스보다 더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펼 것"이라며 "생물보안법이 강화될 경우 국내 CDMO 업체들의 입지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미국 현지에 공장이나 법인을 만들거나 지속적으로 임상을 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회사들이 더 많은 수혜를 볼 것"이라며 "다만 일본과 인도, 유럽 등도 중국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활용을 통한 약가 인하 정책도 국내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과 같이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및 라인업 확대에 적극적인 업체들이 수혜 대상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올 상반기 기준 미국에서 허가받은 국내 바이오시밀러는 총 12개다. 또 셀트리온의 경우 연내 CDMO 자회사 설립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생물보안법 반사이익도 기대되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약가 인상의 배경을 글로벌 제약사가 아닌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탓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빅파마들의 매출 변동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충분한 실탄을 토대로 인수합병(M&A)이나 기술도입(라이선스 인)에 활발하게 나설 경우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주목 받을 수 있다는 투자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빅파마가 약가 인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면 현금 창출을 유지할 수 있기에 인수합병(M&A)이나 기술도입(라이선스 인) 등이 늘어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미국 현지 법인 및 공장 설립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이를 상당기간 유예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선 관계자는 "바이오도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동차와 반도체처럼 공장 설립을 요구할 수 있다"며 "다만 생물보안법도 2032년까지 유예기간을 줬다. 공장 및 법인 설입에 대한 유예기간도 꽤 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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