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금값이 올해 고공행진을 하면서 금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상품) 수익률 역시 치솟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당선이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면서 안전자산인 금 투자가 계속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다.
8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에 유일한 금 현물 투자 ETF 'ACE KRX금현물'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수익률 38.04%를 기록했다. 이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내놓은 상품으로 한국거래소에서 산출해 발표하는 'KRX 금현물지수'를 추종한다.
ACE KRX금현물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00종이 넘는 국내 ETF 상품을 통틀어 38위에 해당된다. 금값이 7일 기준 1돈(3.75그램)당 45만487.5원으로 연초보다 12만4462.5원(38.2%) 오른 점이 반영된 성적이다.
다른 금 관련 ETF도 금값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예컨대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42.07%, 'TIGER 골드선물'은 22.63%에 이른다. 반면 금값과 수익률이 반비례하는 'KODEX 골드선물인버스(H)'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17.57%로 집계됐다.
올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이 커지자 대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에 투자하는 ETF 수익률도 덩달아 뛰어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도 최근 몇 년 동안 금을 꾸준히 사면서 금값 상승을 뒷받침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자 금 시세는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혔던 미국 대선이 확정 요인으로 바뀌면서 금값 하락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금값을 오히려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후보 시절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수입물품에 20% 수준의 보편 관세 부과, 미국 기업 대상의 규제 완화 및 감세 등을 약속했다.
이 공약이 지켜진다면 수입 물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기업 대상의 세수가 줄어들면서 지난 회계연도에만 1조8000억달러(약 2508조6600억원)에 이르렀던 미국 재정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려는 수요 역시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그러면 금값과 연동되는 금 투자 ETF의 수익률도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센터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은 명목금리와 달러지수를 끌어올려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 및 물가 우려 재부각 가능성은 대표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헷지(회피) 자산인 금 등의 귀금속 투자 매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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