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은 금리 및 환율시장 변동성 확대에 쏠리고 있다. 이중 금리의 경우 올해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가 그 속도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하라는 방향성 자체는 유지되더라도 시점이 연기될 경우 그만큼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당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상정했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진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이어질 기준금리 인하 횟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해 금리를 현행 5.0% 수준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전망치 하향을 통해 올해 말까지 추가로 0.5%포인트를 인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내비쳤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결정하며 미국과 금리 방향성을 맞췄다. 그런 만큼 국내 기준금리 역시 연말까지 추가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기준금리 인하라는 방침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가) 무역적자를 줄이고 자국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약달러 정책 추진을 강력히 시사했다"며 "트럼프 1기와 유사하게 환율·무역정책을 병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금리 인하 방향성은 유지되더라도 속도나 시기 측면에서는 예상이 쉽지 않아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 기준금리 빅컷은 이미 예상됐던 부분이라 미리 대응전략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이번의 경우 다르다"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전망되지만 어떻게 움직일지는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말까지 3.5%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내년까지 금리 수준이 4%대가 유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하 횟수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속도가) 내년 상반기 말 4.5%, 내년 하반기 말 4.25% 정도까지 내려가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들의 조달비용 부담도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신용카드·캐피탈)사나 저축은행의 경우 실적에 적지 않은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이날부터 진행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과가 향후 금리인하 속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FOMC는 이틀간 회의를 거쳐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기준금리 변동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FOMC 회의가 이달과 12월 두 차례만 남은 만큼 이번 회의 결과에 따라 금리인하 속도 변화 여부를 유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