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쿠팡이 글로벌 최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한 지 3개 분기 만에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파페치가 올해 상반기 30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한 탓에 쿠팡의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도 반전되는 양상이다. 이에 시장에선 쿠팡이 거액을 투자해 온라인 명품시장에 진입한 명분을 찾았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파페치는 올해 매출 59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6304억원 대비 5.4% 감소한 수치다. 다만 파페치의 올해 3분기 조정에비타 손실은 27억원으로 전분기 424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순손실 규모도 598억원으로 전분기 1480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이는 올해 1분기 순손실 규모인 1501억원과 비교하면 60.2%나 줄어든 수치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파페치는 운영효율성 향상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올해 초 밝혔듯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이번 분기 그 마일스톤을 달성했다"고 자축했다.
아난드 쿠팡 CFO도 "새로운 상품과 카테고리는 엄청난 성장 기회를 보여주는 본보기"라며 "파페치는 계획보다 일찍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익성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파페치는 2008년 영국에서 설립돼 전세계 1400개 이상의 명품 브랜드를 190여 개국에 판매하는 글로벌 최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다. 글로벌 3대 명품 브랜드로 통하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물론 우영미, 송지오, 톰보이 등 10개 이상의 한국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장기적으로는 K-패션의 수출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던 업체다. 실제 파페치의 기업가치는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이후 2021년 230억달러(30조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업계에선 비관적인 시선이 주를 이뤘다. 파페치가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갖춘 것은 확실하지만 투자금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탓에 실적과 기업가치가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에게 인수되기 전 파페치의 영업손실은 2022년 8억4716만달러(1조1680억원), 지난해 상반기 4억643만달러(5600억원)에 달했고 시가총액은 2억5000만달러(3200억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올해 초 투자사 그린옥스캐피탈과 '아테나'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파페치를 5억달러(한화 약 6500억원)에 인수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후 파페치는 올해 1분기(1501억원)와 2분기(1480억원)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며 쿠팡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파페치 인수는 완전히 실패한 투자라는 평가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이 파페치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면서 이를 둘러싼 시장의 평가들도 반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쿠팡은 파페치를 인수한 명분도 되찾은 모습이다. 쿠팡은 앞서 국내 온라인 쇼핑 성장률이 둔화되자 미개척 분야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쿠팡이츠와 대만사업, 뷰티사업(R.LUX) 등 성장사업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미개척 분야 중에서도 온라인 명품시장은 쿠팡이 군침을 흘릴만한 사업이었다. 온라인 명품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했음에도 전체 명품시장에서는 침투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파페치를 인수하면서 장기적으로 명품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이 30%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나아가 '명품'은 쿠팡이 운영 노하우와 전문성도 갖춘 생활용품·식자재와는 완전히 다른 사업인 점도 유효했다. 쿠팡이 직접 명품 시장을 개척하고 고객 신뢰감을 쌓기 위해서는 파페치 인수와 이후 손실 폭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쿠팡은 비용통제와 실적 개선, 투자 효율성에 있어서는 아주 철저한 기업"이라며 "시장의 우려에도 파페치 인수에 나서고 1년이 채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흑자를 만드는 것은 쿠팡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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