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법원에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연합은 공개매수 중 자사주 매입을 저지할 근거가 없다는 첫 번째 판결에 이어 다시 한 번 법정 싸움에서 고배를 마셨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의 위법성에 대해 법원에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게 연합 내외에서 거론되는 패배의 원인이다. 이에 따라 연합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감사 선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견해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1일 IB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최근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에 기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 매수를 추진함으로써 자본시장법과 상법, 정관 등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영풍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공개 매수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역시 입장문을 내고 속도전이 중요한 가처분 신청 판결의 특성 상 고려아연 측 위법행위에 대한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회사 측은 "금번 가처분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향후 손해배상청구,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 대해 자기주식 공개매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와 함께 양측의 법정다툼 역시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IB업계에선 향후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이사진 선임 과정에서 감사 선임에 특히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감사가 이사회에서 기업의 내부통제를 위해 두는 보직인 만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위법여부를 최일선에서 확인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합 측의 이사회 장악이 장기전 양상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연합 측 역시 이런 전개를 계산 범위에 포함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법원의 결과가 연합 측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확보된 의결권 지분을 바탕으로 현 경영진 견제 및 이사회 장악을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걸림돌은 현행법상 적용하고 있는 '3% 룰'이다. 개정 상법 제542조의12 제4항과 제7항에 따르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감사를 선임 또는 해임할 때 모든 주주에게 3%의 의결권만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내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때와 사외이사를 감사로 선임할 때의 적용 방식이 다르지만 어느 방식을 사용해도 연합 측의 지분 추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외이사를 감사로 선임할 경우 ㈜영풍과 특수관계자 MBK파트너스 등은 각각의 의결권을 3% 이내로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영풍 측 의결권 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의 13.24%를 차지하게 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의결권 주식은 15.65%로 연합 측을 소폭 앞서게 된다.
사내이사를 감사로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인 ㈜영풍과 특수관계자 MBK파트너스 등은 38% 이상의 의결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단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동업구조라는 점을 감안해 최 회장 일가 측을 모두 특수관계자로 간주해 의결권을 3%로 제한해도 국민연금과 한화, LG, 현대차 등의 우군과 소액주주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법정싸움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려면 앞으로 진행할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무엇보다 먼저 감사 선임을 노려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소액주주를 포섭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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