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동호 기자]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 이달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은행과 보험, 증권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퇴직연금의 대이동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기존 은행과 보험의 퇴직연금이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연금자금의 대이동을 앞두고 미래에셋증권을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증권업계 퇴직연금 자산 규모 1위 사업자로서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하는 연금'을 앞세운 머니무브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은행이 과반(51.8%)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증권사(22.6%)와 생명보험사(20.5%), 손해보험사(3.9%)의 순이다.
다만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을 보면 정반대다.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을 보면 증권사가 2.9%로 가장 높고, 생보사(2.3%)와 은행(2.2%)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작년 기준 수익률은 증권사가 7.11%로 은행(4.87%)을 비롯한 다른 업권을 압도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퇴직연금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고 그대로 타금융사로 이전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엔 퇴직연금 이전시 보유자산을 모두 현금화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수익률 하락 리스크와 수수료 부담 등이 퇴직연금 이전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달말 이후로는 주식이나 펀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이전이 가능해져 퇴직연금 이전시 현금화 과정에서 발생되는 시장상황과 중도해지 페널티를 걱정하지 않게 됐다. 또한 장기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하고 투자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되면서 사업자별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은행과 보험사에 가입된 퇴직연금 중 10%만 수익률을 따라 이동한다고 가정해도 30조원 이상의 자금이 움직이게 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미래에셋증권으로 수관된 연금자산은 지난 9월말 기준 약 1조2400억원이다. 작년 수관총액인 9400억원을 8개월 만에 넘어서며 연금자산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안정한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며 개인형 연금자산의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투자하는 연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연금 포트폴리오서비스(MP구독, 로보어드바이저, 개인연금랩)를 통한 글로벌 자산배분과 안정적 수익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작년말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 10개 사업자의 비원리금보장상품 공시수익률을 분석해보면, 미래에셋증권의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14.90%로 상위권을 차지했고, IRP 수익률도 14.86%로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익률에 힘입어 연금자산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 말 업계최초로 연금자산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작년 2분기말 기준 30조원을 달성했다. 또한 올해 8말 기준으론 38조5000억원을 기록, 증권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금자산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21% 수준으로, 곧 연금자산 40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특히 이달말 연금자산 실물이전이 가능해지면 자산의 이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독주하는 이유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배분 전문가들과 함께 주기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안정적인 연금자산관리를 돕고 있으며, 별도의 전문 상담채널인 연금자산관리센터에서 수익률은 물론 고객 만족도까지 높이고 있다.
또한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해주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2022년 9월 처음 출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올해 8월말 기준 약 2만2000명의 가입계좌와 약 1조6100억원의 평가금액을 달성했다. 출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초 평가금액 1조원을 넘어섰고 5월에는 가입계좌 2만명 달성의 쾌거를 이뤘다.
3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포트폴리오서비스는 2조6000억원 규모로, MP구독서비스를 통해 자문을 받는 고객 적립금이 9340억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1조원을 돌파한 1조6657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높은 수익률과 함께 다양한 상품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고객 접근성도 자랑한다. 전국 61개 WM지점에, 1026명의 직원이 연금 상품 상담과 운용지시를 하고 있다. 또한 연금전용 콜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외채권 매수가 가능한 모바일앱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외에도 노무, 연금관리, 자산관리 등 영역별 다수의 전문가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연금조직을 갖췄다.
개인연금 또한 업계 최초로 올해 1분기 중 적립금 10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엔 약 11조7600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는 오는 31일부터 시작된다. 총 44개 실물이전 대상 퇴직연금사업자(금웅사) 중 37개사가 서비스에 나선다. 이들 금융사의 실물이전 대상 적립금 비중은 전체 대상 적립금의 94.2%에 달한다.
다만 대상 금융사 중 부산·경남은행과 삼성생명, 하나증권은 차세대 시스템 구축으로, 광주·iM은행과 iM증권은 전산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 지연 등의 이유로 추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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