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동호 기자]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400조원 규모의 적립금이 쌓인 퇴직연금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퇴직연금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사업자인 미래에셋증권을 추격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업계 2위인 현대차증권의 각오가 남다르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실물이전 제도 시행과 함께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층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전산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지난 3분기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16조8082억원을 기록했다. 확정급여(DB)형 적립금은 14조6743억원으로, 미래에셋을 제치고 업계 1위다. 확정기여(DC)형은 4400억원, 개인형 퇴직연금(IRP)는 1조6939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은행과 보험 등 전 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은 이 중 10% 수준인 40조원의 적립금 달성을 앞두고 있다. 2위인 현대차증권과의 차이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차증권은 이번 실물이전 제도 시행을 기회로 보고 있다. 은행과 보험 등 다른 업권에 묶여있던 퇴직연금 자산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넘어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2023년말 기준 퇴직연금의 10년 평균 장기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원리금보장형이 2.01%이며, 실적배당형이 이보다 조금 높은 2.75%다. 하지만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2.2%임을 감안하면 두가지 유형 다 처참한 수준의 수익률이다.
계속 높아지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물이전 제도 시행과 함께 수익률을 쫓아 퇴직연금 자금의 대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의 수익률은 은행과 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3분기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최근 1년간 운용수익률)은 DB형의 경우 원리금 보장 상품이 4.31%, 원리금 비보장 상품이 10.06%다. DC형은 원리금 보장이 4.07%, 원리금 비보장이 13.44% 수익률을 기록했다. IRP는 원리금 보장이 4.04%, 원리금 비보장이 10.44%다.
현대차증권은 강점인 ETF와 채권 등 상품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전산 인프라의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제도 시행일에 맞춰 시스템을 자체 개발, 대비했다. 특히 퇴직연금 실물이전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확정기여형(DC) 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 밖에도 현물 이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영상 등 다양한 홍보자료를 제작하고, 현물이전 제도 시행 일정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촉진해 가입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만큼 펀드, 채권, 리츠, ETF 등 우수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가입자들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지난 8월 펀드평가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한편 2005년 12월 퇴직연금 제도 시행 1년 후인 2006년 1조원에도 못 미쳤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10년 뒤인 2016년 147조원으로 늘었다. 2020년 256조원, 2023년 382조원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평균 약 9.4% 성장세를 보인 퇴직연금은 11년 후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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