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박재규 동아엘텍 회장이 올해 자회사인 선익시스템과 신기술금융사업 투자사인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본격적인 2세 승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의 아들인 1987년생인 박진균 씨는 올해 선익시스템의 상무(전략기획부문장)에서 동아엘텍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사장 등 오너 2세들은 한화 등 대기업 사례처럼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를 통한 투자로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선익시스템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47.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동아엘텍이다. 과거 박 회장은 2009년 3월 지분 63.3%를 취득하며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선익시스템을 인수했다. 박 회장은 중앙대학교를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한국전자정밀, 중앙전자에서 근무하다 1987년 동아전자를 설립했다. 1990년 동아엘텍으로 사명을 바꾸고 1999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올 초 기준 박 회장은 동아엘텍의 지분을 30.92%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월 11일 30.92%(329만6661주) 중 18.76%(200만주)를 두 아들에게 각각 9.38%(100만주)씩 나눠줬다. 박 회장이 증여한 주식의 총액은 종가(주당 6230원) 기준으로 120억원에 달한다. 박 회장이 지분 증여와 함께 큰 아들인 박진균씨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걸 고려하면 경영권 승계의 첫단추를 끼웠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12.11%)과 두 아들(18.76%)은 동아엘텍을 통해 선익시스템을 지배하고 있다. 이외 특수관계자인 박진수씨가 동아엘텍 지분을 0.03%를 가지고 있고 자사주는 18.0%에 달한다. 첫째 아들인 박진균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석사와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올해 동아엘텍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임명됐다. 동아엘텍에서 COO, 선익시스템에서 CSO를 맡고 있다.
현재 동아엘텍은 박 회장과 최귀상 CEO가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김재평 대표가 사임하고 최 대표가 올해 신규 선임됐다. 선익시스템도 박 회장과 더불어 김혜동 대표가 경영 총괄을 맡는 중이다. 선익시스템은 2022년 이영종 각자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김혜동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올해부터 박진균 부사장은 최귀상 대표와 김혜동 대표 밑에서 각각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고 회사를 물려받을 준비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 등 박 회장의 두 아들이 지분 승계와 관련된 증여세 납부를 위해 자회사인 벤처캐피탈(VC)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1월 동아엘텍이 자본금 100억원(지분율 100%)을 출자해 설립된 투자회사다.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라이선스를 갖고 있으며, 교보증권 PE팀장과 동아엘텍을 거친 조상규 대표가 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더불어 2017년 설립된 디에이밸류업신기술투자조합1호는 선익시스템과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가 각각 92%, 8%의 지분을 보유한 투자조합이며 2013년 설립된 프라임엔지니어링은 선익시스템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최근 대기업을 포함한 중견 기업 오너일가들이 증여세 확보를 위해 VC 투자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동아엘텍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이용해 증여세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향후 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12.11%도 조금씩 증여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는 현재까지 투자가 진행 중인 기업은 26여건으로 총 집행 금액은 440억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기업은 이티에스, 사피엔반도체, 홈스컴퍼니, 휴니버스글로벌, 수퍼게이트 단꿈아이, 안전가옥, 다리소프트 등으로 알려졌다.
이중 사피엔반도체는 프리 IPO 투자로 진행됐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출자해 결성한 '디에이-파이오니어 신기술조합제1호'를 활용해 지난해 3월 50억원 어치의 RCPS를 인수했다. 상장 당일 일부 지분을 매도해 57억4000만원을 벌었다. 이차전지 전해질 주입장비를 만드는 이티에스는 올해 6월 시리즈D 투자로 들어갔다. 산업용 물류장비, 공정장비 제조사인 '엘에이티'도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상장 작업을 준비 중이다. 선익시스템이 증착기를 공급하고, 인라인 물류를 엘에이티가 맡는 구조로 협력을 진행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 오너 2세가 사업성이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고 유수의 벤처캐피탈이 해당 투자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후 기업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초기 투자한 오너 2세들이 투자한 지분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증여세 등을 마련한다"고 전했다.
한편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 및 자본총계는 256억2400만원이다. 이중 현금 및 예치금은 60억5700만원, 유가 증권 5억6700만원, 신기술 금융자산은 160억5900만원이다. 부채는 6억3700만원이다. 상반기 영업수익은 27억9500만원, 영업이익은 10억2900만원, 당기순이익은 11억74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수익의 대부분은 신기술금융수익이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0억7800만원이었으나 올해는 흑자전환했다. 올해 상반기는 신기술금융투자로 66억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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