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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주가 내리막…모기업 AK홀딩스 '난감'
이세정 기자
2024.08.07 06:30:26
교환사채 주식교환 가능성 낮아져…조기상환 청구시 자금 부족 우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6일 16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제주항공)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제주항공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모기업 AK홀딩스가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과거 발행한 교환사채(EB)의 전환가액이 현 주가보다 높은 만큼 지배력 희석 우려는 크지 않지만, 해당 E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발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금 유출 부담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연초 대비 주가 30% 하락…경쟁심화·비용부담 가중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1.25% 상승한 88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 들어 최저가를 기록한 5일(8770원)보다는 소폭 회복했으나 여전히 저조하다. 제주항공 주가가 최근 급락한 주된 요인으로는 국내 증시 폭락을 꼽을 수 있다.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8% 이상 하락하면서 일시적으로 거래가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기도 했다.


주목할 부분은 제주항공의 주가 하락이 외부 요인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제주항공 주가는 올해 1월 1만3000원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년 전 주가(1만3000원)와 비교해도 30% 넘게 빠진 숫자다. 팬데믹 이후 항공운임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와 고환율·고유가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되면서 투자 심리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주가는 박스권에 갇혀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1만원대 이하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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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주가는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항공여객 수요는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건비와 조업비, 정비비 등 그동안 이연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이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뿐 아니라 외항사가 일제히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터라 경쟁 심화에 따른 항공운임 하락도 불가피해 보인다.


◆ 주가보다 40% 비싼 EB 전환가액…절대적 지배력 유지


제주항공의 부진한 주가는 AK홀딩스가 50%가 넘는 지분율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AK홀딩스는 팬데믹 장기화로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제주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9월 13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EB는 회사채 형태로 발행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해당 채권을 발행사나 발행사가 보유한 타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AK홀딩스는 자회사 제주항공 주식 830만5648주(10.3%)를 담보로 걸었으며, 해당 EB는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메리츠증권이 받았다. 만기는 오는 2027년 9월까지이며, 만기 이자율은 3%로 책정됐다. AK홀딩스는 사채 발행으로 유입된 현금의 85% 수준인 1098억원을 제주항공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제주항공 주가 추이. (그래픽=이동훈 기자)

당시만 해도 AK홀딩스의 EB 발행은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을 뿐 아니라 교환가액 조정(리픽싱) 등 별도의 독소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최초 교환가액은 주당 1만6150주였으나, 제주항공 유상증자로 기 발행주식에 변동이 발생하면서 1만5050원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투자자들은 투자 손실을 볼 처지에 놓였다. 제주항공의 5일 종가 기준 투자자가 주식으로 교환한다고 가정하면 1주당 6280원(41.7%)의 평가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이 제주항공 주식을 요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AK홀딩스 입장에서는 큰 위협 없이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


◆ 올해 9월 첫 풋옵션 행사일…열악한 곳간 사정, 자금 조달 난항


문제는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청구권을 발동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EB 발행 계약에 따르면 첫 번째 조기상환일은 내달 6일부터 시작되며, 매 3개월마다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AK홀딩스의 자금 상황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AK홀딩스는 올 1분기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1266억원으로 지난해 말(591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으나, 100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이 1002억원으로 대폭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해당 현금으로는 1300억원 전액을 상환할 수도 없다. 순차입금의 경우 3661억원에서 3743억원으로 확대됐다.


아울러 AK홀딩스는 유동자산을 잔존 만기 3개월 이내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이 31.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비율의 법정 기준은 100%인데, 비율이 낮을수록 단기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항공에서 배당 수익을 거둬드리기도 힘들다. 제주항공은 팬데믹 기간 정부에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빌렸는데, 당시 조건으로 배당 금지 조항이 달렸다. 해당 기금을 모두 갚을 때까지 배당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EB 조기 상환을 요구할지, 추후 주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EB를 그대로 유지할지 예단할 수 없다"며 "다만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AK홀딩스는 보유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부채를 더 키우거나 자산 유동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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