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시스템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을 청산하게 된 데엔 오버에어의 쇠락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오버에어는 한화시스템이 UAM 투자를 올인하다시피 한 미국 UAM 기체 제작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체 개발 중인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버터플라이'의 시제기 조립을 완료한 등 순항하고 있는 듯했지만, 현재는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휘청이는 상황이다.
24일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오버에어는 사업 지연으로 인한 재정난 뿐만 아니라 심각한 인력 이탈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한화시스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근 몇 달간 오버에어에서 퇴사 러시가 있었다"며 "올해 초부터 대대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채용과 한화시스템의 인력 지원도 대규모 퇴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유력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 3월 오버에어 퇴사자들을 인용해, 180명에 이르던 오버에어 임직원의 대부분이 지난 몇 달 동안 잇따라 퇴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버에어의 경우 다수 'C레벨' 임원의 엑시트도 있었던 만큼, 경영 부재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C레벨이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직함에 C(Chief)가 들어가는 고위 경영진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 오버에어에선 최소 4명 이상의 주요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구체적으로 CFO인 토머스 웨인과 최고상업책임자(CCO) 밸러리 매닝이 2월 초 퇴사했다. 사업개발 및 영업총괄을 맡았던 곤잘로 라모스(Gonzalo Ramos)는 지난달 경쟁사인 슈퍼널로 이직했고,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책임자 킴 제닛도 3월 초 사직했다.
이번 엑소더스의 주된 이유는 사업 지연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오버에어 퇴사자들은 에이 카렘과 함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벤 타이그너, 이사회의 느린 의사 결정이 사업 속도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 중이다. 실제 오버에어는 작년 버터플라이 시제기 비행 테스트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조립에 그쳤고, 올해 초로 한 차례 연기한 일정도 지키지 못했다. 이젠 연내 시제기 출시가 가능한지조차 불명확한 상황이다. 당초 오는 2025년으로 제시됐던 운항 목표 시점은 2028년으로 미뤄졌다.
오버에어의 이 같은 사업 및 시장 진출 지연은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 회사는 한화시스템의 투자 중단과 채권 회수에 따라 다른 투자자를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 시각이다. 아울러 벤처 캐피털과 기업 공개(IPO) 시장 등 자본 시장이 냉각되면서 환경도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타이그너 오버에어 CEO는 버터플라이 등 새로운 UAM 기체 출시에 최소 10억달러(약 1조3900억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지만, 이 회사는 현실적으로 투자 활동이 불가한 자금 위기에 내몰려 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상환을 요구한 총 1억4500억달러(1827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포함해 올해 1분기 말 기준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만 2115억원인데,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205억원 뿐이다.
한편 오버에어의 경쟁사들은 원활한 자금 확보로 순조롭게 성장 기틀을 닦아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SK텔레콤의 UAM 투자사로 잘 알려진 미국 조비에비에이션의 경우 2021년 IPO를 통해 약 22억달러를 확보했다. 이는 업계 최대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유치 투자금은 10억달러에 달한다. 또한 조비는 오버에어가 시작조차 하지 못한 미 연방항공국(FAA) 인증의 세 번째 단계까지 마치며 UAM 기체 제작에서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 받는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손 잡고 있는 미국 아처에비에이션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회사는 이달 초 FAA로부터 UAM 운영과 상업화에 요구되는 '파트 135' 인증을 획득했다. 해당 인증 취득 사례는 2022년 조비에 이어 두 번째다. 아처는 항공기 수리 서비스를 수행 가능한 '파트 145' 인증과 더불어 이번 인증까지 취득하면서, UAM 운항 개시에 필요한 중요 FAA 승인을 모두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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