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SK하이닉스는 내부거래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크게 늘어난 SK그룹의 내부거래액이 올해는 전반적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SK그룹이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꿰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반등한다면 내부거래 자체도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종속회사를 비롯한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한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19조원, 매입은 7조원 수준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금액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에는 매출 33조원, 매입은 8조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2%, 매입은 12% 감소한 모습이다.

이처럼 계열사간의 내부거래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SK하이닉스 역시 반도체 감산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반도체 생산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수직계열화는 한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상품의 생산과 분배의 여러 단계를 통합해 운영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수직계열화를 이룰 경우 외부 환경 변화 영향을 최소화해, 불경기에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가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사업을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곳은 ▲SK실트론(실리콘 웨이퍼 등반도체 소재 제조) ▲SK트리캠(반도체 전구체) ▲SK스페셜티(반도체 공정 중 발생하는 불순물 제거 특수가스 개발)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반도체 공정중 발생하는 산업용 가스 오염물질 제거) 등이다. 

이들 기업들 대부분 올해 SK하이닉스와의 내부거래가 줄었다. 특히 이들 기업이 SK하이닉스로부터 벌어들인 금액은 SK스페셜티는 1283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줄었고,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989억원에서 450억으로, SK트리켐은 997억원에서 732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SK실트론만이 유일하게 1599억원에서 2281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SK의 내부거래액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SK그룹의 내부거래액은 125조원이었으며, 내부거래 비중은 55.8%로 전년 대비 4.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1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까지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사업을 캐시카우로 두고 있는 SK그룹 전반의 내부거래 금액 자체는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 판가를 비롯해 여러 시장 지표들이 내년부터 업황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이룬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2016년부터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을 인수하는 등 수직계열화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지만, 내년부터 시장이 회복되면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수직계열화를 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