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SK하이닉스가 내년도 설비투자(CAPEX) 금액을 올해보다 2배 가량 늘린 14조원으로 결정했다. 투자금 대부분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응용처로 두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HBM 수요를 선제적으로 대응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13일 SK하이닉스에 정통한 관계자는 "업황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SK하이닉스가 잡아둔 내년 CAPEX는 14조원"이라며 "경영 계획을 짜는 과정에서 곳간이 넉넉하지 않지만 HBM 투자를 안 할 순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금은 ▲HBM ▲실리콘관통전극(TSV) 패키징 ▲1b 나노미터(nm) D램 등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한 것은 HBM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39.4%)와 SK하이닉스(35%)의 D램 시장점유율 격차는 처음으로 5%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가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점하면서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한 결과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TSV 기술로 D램을 수직 적층할 때 '어드밴스드 매스 리플로우-몰디드 언더필(MR-MUF)' 공정을 적용 중이다.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 칩과 회로가 손상되지 않도록 액체로 된 에폭시 밀봉재(EMC)를 주입하는 게 MR-MUF의 특징이다.

최근 인기가 높은 엔비디아 H100과 같은 AI 가속기는 HBM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최종 패키징 해 만든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향 HBM 납품을 100% 독점 중이며, 내년 2분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엔비디아 AI 가속기 B100에도 차세대 HBM(HBM3E)을 공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 수요에 발맞춰 TSV와 같은 후공정 패키징을 포함, 기존 HBM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 차세대 기술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낸드 생산 거점인 청주사업장에도 HBM 후공정 생산 라인을 확대 배치 중이다. 이외 투자는 생산능력 확대보다는 공정 전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도 투자 계획은 지속 검토중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도 내년 HBM 생산량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HBM 생산 설비 증설을 위해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충남 천안사업장 일부 건물과 설비를 105억원에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