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의 창업 멤버이자 성장 과정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맡아온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이 5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회사 경영권 지분 매각이 변곡점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시비로 인해 거래가 장기 표류하자 지분 매각의 실질적인 이해 관계자이자 경영 난제 해결의 키맨이 대표로 복귀했다는 분석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을 대표이사로 5년 만에 재선임했다. 조 대표는 2011년 합류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이지즈자산운용이 부동산 운용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회사 측은 "이번 인사는 경영권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사업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 차원에서 기관투자자(LP)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조 대표 복귀의 핵심 배경에 국민연금과의 관계 회복이 자리한다고 본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이뤄온 운용사로 10년째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국내 자본시장 최대 큰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뒤부터 부동산 관련 수탁자산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
양측 관계는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급격히 틀어지기 시작했다.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실사 과정에서의 정보 유출 논란으로 이지스가 주요 펀드 설정액 규모, 자산별 평가액 등이 담긴 위탁자산 운용 보고서를 사전 승인 없이 본입찰 참여자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를 문제 삼아 출자금 전액 회수와 자산 이관 검토에 나서는 등 이지스자산운용 측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보 유출은 명분일 뿐 그간 이지스자산운용이 투자한 국내 부동산 성과의 부진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경고장을 꺼내 든 것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공적 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하우스가 주요 LP들의 의사와는 다소 결이 맞지 않는 무리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양측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이다. 이지스가 투자한 국내 개발·오피스 딜 상당수가 손실 국면에 놓이면서 내부에선 "국민연금이라는 간판 LP를 등에 업고 덩치를 키웠으면서 정작 공적 자금이 들어간 펀드나 손실 자산에 대한 관리는 갈수록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산 가치만 최대 4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자산으로 평가 받는 역삼 센터필드 등 주요 자산을 둘러싼 운용사 교체와 자산 이관 논의가 이뤄지면서 주요 LP 사이에서는 의사결정 체계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LP들과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1조원대 가격을 써내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수개월째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힐하우스가 당초 이 가격을 산정한 데에는 안정적인 보수 구조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LP 기반이 전제됐던 만큼 충분히 가격 재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지스의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잇달아 부실이 드러나고 있는 점도 원매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서울역 인근 초대형 개발사업인 이오타 서울2는 총사업비 2조원대에 달하는 이지스의 간판 프로젝트였으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브릿지 만기 연장만 반복하다 올해 선순위 대주인 KB국민은행이 추가 연장을 거부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이후 메리츠금융그룹 등을 신규 대주단을 끌어들였지만 기존 저금리 구조가 두자릿수 고금리로 전환되며 연간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중순위 대주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리파이낸싱에 반대하면서 공매로 넘어갈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한투리얼이 막판에 입장을 바꾸면서 겨우 정상화 수순에 들어섰다. 건대입구 복합몰 몰오브케이 매각도 추진 중이지만 공매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고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일부 해외 자산의 평가손실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결국 조 대표의 국민연금을 비롯한 핵심 LP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 체계를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당초 1조원대 기업가치가 고밸류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만큼 조 대표가 매각가를 방어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