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HMM이 정부가 추진 중인 북극항로 시범운항 사업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북극항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운항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시범운항에 참여할 경우 화주 반발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HMM이 본사 부산 완전 이전 논의에 이어 정부의 핵심 해양 정책 기조와 관련해 다시 한번 시각차가 나타나면서 HMM의 전략적 판단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정부의 북극항로 시범운항 계획에 대해 실무적 한계와 화주 이탈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HMM의 경우 북극항로 대장주로 꼽히고 있어 시범운항 참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지배구조상 정부 정책에 호응을 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양수산부는 9월 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부산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운항하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참여 선사와 구체적인 운항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올 9월 목표로 진행되는 만큼 시간적 여유는 남아 있지만 참여 선사를 확보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적 선사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 리스크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운항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 등 러시아 관할 해역도 통과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환경 속에서 기업이 예기치 못한 제재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나아가 일부 글로벌 화주의 경우 환경 훼손 우려를 이유로 북극항로 이용을 거부한다. HMM 입장에서 자칫 정부 계획에 맞춰 선박을 투입했다가 핵심 화주들의 반발과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정부가 시범운항 목표로 제시한 9월은 일반선 운항이 가능한 시기지만 실제 안정적인 운항 기간은 7~10월로 제한적이다. 10월 중순부터는 쇄빙선이나 내빙선 중심의 운항이 가능하고 1~6월과 11~12월까지는 기상 여건상 운항 자제가 권고되는 기간이다.
일반선 운행이 가능하더라도 안전을 위해 아이스클래스(ICE CLASS) 등급 선박이 필요하다. 이는 주로 극지방이나 얼음이 많은 해역에서 운항하는 선박으로 일반 상선보다 철판 두께가 2배 정도 두껍고 극저온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 해당 선박을 보유한 선사는 제한적인데 시범운항을 추진할 경우 용선이나 신조 발주가 불가피하다.
설령 선박을 확보하더라도 고정 물동량이 확보되지 않은 데다, 기항지 인프라나 운영 거점 등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해수부는 상반기 중 러시아 당국과의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선사들은 국제 제재 환경 속에서 러시아발 리스크와 경영상의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HMM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국내 대표 국적선사로서 북극항로 정책의 '키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성돼 있는 데다, 시장에서도 부극항로의 대장주로 여기고 있어서다. HMM이 북극항로 시범사업에서 빠질 경우 정책 추진 동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 정부의 HMM 부산 이전 정책이 노조의 반발에 부딪힌 상황에서 북극항로 개척 사업에서도 정부와 입장차를 조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9월 시범운항 목표를 두고 있으나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물동량과 현지 네트워크,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박을 투입하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커 시범운항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MM 측은 북극항로 시범운항 참여 여부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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