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위협하며 14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새해 들어 고환율 기조가 지속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내수형 기업과 수출 주도형 기업간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딜사이트는 고환율이 산업계에 끼칠 영향과 대응책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강울 기자] 장기화되는 고환율 여파가 제조업을 거쳐 캐피탈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직접적인 환차손보다는, 차주인 중소 제조업체들의 체력 약화가 장비 리스료와 대출금 상환 부담으로 전이되며 캐피탈사의 신용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140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환율은 올해 1월 들어 1450원선을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하며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단기 변동성을 넘어 기업 원가와 차입 부담에 구조적인 압박을 주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환율 환경에서 가장 먼저 압박을 받는 곳은 제조업의 2·3차 협력업체들이다. 완성품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 제조업체들은 환헤지 수단이 제한적인 데다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과 달러 차입금 상환 부담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 제품 가격에 환율 상승분을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수익성 저하가 곧바로 현금 흐름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차주의 체력 약화는 캐피탈사의 신용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와의 거래 비중이 높은 장비금융 부문에서 그 영향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비금융은 기계류·건설장비·화물차 등 고가 설비 도입 자금을 대출이나 리스 형태로 지원하는 상품으로, 제조·건설·물류 등 경기 민감 업종 차주 비중이 높다.
장비 리스는 매달 정해진 금액을 상환해야 하는 고정 비용 구조라는 점에서 차주의 현금 흐름 변화에 민감하다. 매출이 둔화될 경우 기업들은 원자재 발주나 외주비 등 변동비 지출을 우선 줄이지만, 자금 압박이 심화되면 결국 장비 리스료나 대출금 상환이 지연되며 연체로 표면화된다. 이 때문에 장비금융 연체율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 차주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장기화될수록 중소 제조업체들의 현금 흐름이 빠르게 나빠지고, 그 부담이 장비 리스 연체로 먼저 드러나는 구조"라며 "캐피탈사 입장에서는 연체율을 통해 경기 둔화 신호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캐피탈사 전체 영업자산에서 장비 리스와 할부금융 등 물적금융 비중은 과거보다 축소되는 추세지만, 2024년 기준으로도 약 3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절대적인 비중이 낮지 않은 데다 차주 경기 변동에 민감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업황 변화가 캐피탈사 건전성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해 일부 캐피탈사들은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담보가 없는 운전자금 대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회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담보 자산 위주로 신규 취급 기준을 보수적으로 재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형 성장보다는 자본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고환율과 경기 둔화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신규 취급은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며 "당분간은 외형 확대보다는 연체 관리와 회수 가능성이 높은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황의 점진적 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이 캐피탈사에는 선행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경계감은 이어지고 있다. 차주 연체율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충당금 확대와 실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캐피탈업계의 보수적인 자금 운용 기조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올해 업황 자체는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되지만, 고환율 환경이 지속되면 차주 체력 약화가 연체로 먼저 드러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일부 캐피탈사는 예상보다 빠르게 건전성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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