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안에 이어 의무공개매수 도입을 포함한 3차 개정안의 연내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수합병(M&A) 전략 전반에 변화가 생겼다.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가 감수해야 할 책임과 리스크가 대폭 커졌다.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해외 판례가 실무적 판단의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한 2025 딜사이트 M&A포럼 'PEF 제도 활성화 20주년, 이재명 정부 150조 국민성장펀드와 세계 3대 인공지능(AI) 강국 한국의 M&A 시장'에서 상법 개정에 따른 M&A 전략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의무공개매수 제도 논의가 이사회 책임과 상법상 비상장화(Going Private) 거래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짚었다.
김 변호사는 먼저 개정 상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어진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는 특정 거래가 회사에 손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만 설명하면 책임을 피할 여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소수주주를 포함한 주주 전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는 "상장사 주주는 수천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이라 모두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할 수 없다"며 "개별 주주 한 명이라도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소수주주들도 정보를 공유받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절차를 충분히 보장한 뒤 다수결 원칙을 따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이전이나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수주주에게 어떤 정보가 제공됐는지, 이사회가 반대 주주의 의견까지 얼마나 동등하고 공정하게 처리했는지가 책임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기존에는 이사가 회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부담해 주주가 직접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웠지만 주주 손해를 이유로 한 직접 청구 가능성이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예전에는 회사에 손해가 없으면 주주가 손해를 입더라도 주주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이 형사상 배임과 어떻게 연결될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아직 판례나 학설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문제 삼지 않던 부분까지 리스크가 열렸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개정 상법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나 판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충실의무와 같은 것들은 새롭게 생긴 개념이라기보다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미 수십 년간 운용해 온 제도를 가져온 것"이라며 "외국 실무와 판례에서 인정된 조치들을 참고하되 국내 현실을 고려해 적절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례 중 하나로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을 들었다. "델라웨어주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사의 경영 판단을 폭넓게 존중하지만 적대적 M&A, 상장폐지와 같이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거래는 가장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이런 거래에서 독립된 위원회 승인과 주주들의 다수결 결의를 거칠 것을 요구했지만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근에는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되도록 세부 요건은 조정되는 분위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내 Going Private 전략과 관련해서는 현재 도입 논의 중인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눈여겨봐야 할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권 거래에서 기존 최대주주 지분에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할 경우 소수주주들의 문제 제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실사 협조 여부에 관한 문제까지 함께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지분만을 매각하는 거래에서 회사가 어디까지 실사에 협조할 수 있는지, 반대로 대주주는 팔지 않는데 소수주주가 매각을 전제로 실사를 요구했을 때 동일한 기회를 줘야 하는지 등이 모두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했는지와 맞물려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대해 이사회가 의견을 표명하도록 할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주주 간 거래라는 이유로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지만 주주충실의무가 명문화되면서 어떤 정보를 받았고, 소수주주에 미치는 영향을 어디까지 살펴봤는지가 문제 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공개매수 신고서를 내기 전까지는 극도로 비밀을 유지하는 게 관행이라 이사회에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사회가 이와 관련해 의견을 내기 시작하면 사전에 구조와 가격을 고지할 수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돼 공개매수가 무산됐을 때 책임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일본에서는 공개매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리 이사회에 거래 구조와 가격을 설명하고 독립위원회 구성과 외부 자문을 거치는 사례가 실제로 공시된 바 있다"며 "국내에서도 공개매수 단계에서 이사회가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밟을지에 대한 고민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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