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K-금융의 글로벌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제 주요 금융사에 단순한 기회 모색이 아니라 핵심 사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탄탄한 해외 실적은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선순환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딜사이트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세계 각 거점에서 펼쳐지는 국내 금융사의 현지 사업과 전략, 그리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주]
[호치민(베트남)=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베트남 금융시장이 외국계 은행 간 '무한경쟁 구도'로 재편되면서 iM뱅크 호치민지점이 '기반부터 다지는 성장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단기 외형 확장 대신 자산건전성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며, 중장기적으로 기업금융에서 SME(중소기업)·소매금융으로의 단계적 확장을 준비 중이다.
진영훈 iM뱅크 호치민지점장은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지점 체제 특성상 속도보다 완성도가 중요하다"며 "리스크 관리와 전산·디지털 기반, 현지 협업을 통해 안정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초포화' 베트남 시장 속 선택과 집중
진 지점장은 베트남 금융시장을 "국내외 은행이 뒤섞여 경쟁하는 초포화 시장"으로 진단했다. 현재 베트남에는 40여개 현지 은행과 50여개 외국계 은행이 법인 또는 지점 형태로 영업 중이다. 한국계 은행들 또한 신한·우리·KB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현지 영업망 확충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그는 "법인 체제에 비해 지점은 자본금·상품 다양성·네트워크 측면에서 제약이 크다"며 "후발주자로서 동일한 경쟁 구도를 피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M뱅크 호치민지점은 2020년 공식 등록 이후 일관된 기업금융 중심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여신 규모는 약 1억달러 수준으로, 연말까지 포트폴리오 안정화를 목표로 한다.
진 지점장은 "기업금융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이후 SME와 소매금융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SME 진출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의 신용정보 인프라가 아직 미비하고,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이 남아 있다"며 "신용평가(CSS)나 세무 정보 연계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SME 시장을 본격 확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는 여신심사·리스크 관리·전산 체계 등 인프라를 정비하는 단계로, 향후 교민기업과 현지 중소기업 대상 금융으로 점진적 확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리스크 관리·디지털 전환이 '성장 축'
iM뱅크의 해외 전략 핵심은 리스크 관리와 디지털 전환이다. 진 지점장은 "디지털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리스크를 줄이고 의사결정을 효율화하는 시스템적 기반"이라며 "본점의 차세대 전산 시스템이 도입되면 현지 고객 접근성과 내부 통제 수준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호치민지점은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과 조기경보체계(EWS)를 운영해 부실 발생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은 부실자산 유동화나 배드뱅크 시스템이 미비해 부실 회수가 쉽지 않다"며 "사전 모니터링과 신디케이트론 참여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지점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자본금 확충 역시 중장기 과제로 꼽힌다. iM뱅크 호치민지점의 현재 자본금은 약 3500만달러로, 기업당 익스포저(대출한도)에 제약이 따른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자본금을 7000만달러 수준으로 확대해 대형 프로젝트와 신디케이트론 참여 여력을 키울 계획"이라며 "동시에 하노이 진출을 검토 중으로, 남부(호치민)와 북부(하노이)를 양축으로 균형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달 안정성 확보가 수익성 관건
호지민지점의 또 다른 과제는 '조달 안정성'이다. 예금 기반이 취약한 만큼 자금시장에서의 조달 효율성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진 지점장은 "최근 콜금리가 2%대에서 4~5%대로 급등하고, 동화(VND) 약세까지 겹치며 수익성 압박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iM뱅크 호치민 지점은 현지 금융기관 및 대기업과의 공동 영업, 신디케이트 참여 등을 통해 조달비용 절감과 리스크 분산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대형 예치금 유치와 현지 협업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며 "단기 성과보다 안정적 구조를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지민지점의 존재 이유가 단기 실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진 지점장은 "2021년 코로나 격리 상황 속에서 부임해 백지에서 시작했지만, 현재 여신 1억달러, 예금 250억원, 순이익 20억 원 규모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며 "베트남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지만,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디지털·리스크 기반이 완성되고 하노이 진출과 SME 확대가 이어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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