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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신세로 내몰린 K-철강·조선
조은비 기자
2025.09.22 08:25:10
50% 관세에 대미 수출 급감…노조법 개정 후 파업 불확실성 겹쳐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9일 08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국내 제도적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한국 산업의 '쌍두마차'로 불려온 철강과 조선이 글로벌 공급망의 주역에서 '이방인'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장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등 400여종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다. 이후 한 달 만인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5.9% 급감했다. 수출 물량과 단가가 동시에 떨어지며 충격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냉장·세탁기 같은 일부 생활가전 제품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철강업계를 넘어 제조업 전반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해법을 찾아 해외에 생산거점을 세우는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중국 기업들은 유럽에서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며 거점을 강화했고, 국내 기업들 역시 미국과 동남아에서 신규 투자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설비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수 있는 '산업 공동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K-스틸법 제정,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신설을 비롯해 산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 무역보험 한도 확충 등 단기적 처방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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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현장에서는 다른 불확실성이 드리운다. 올해부터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파업과 쟁의행위가 늘어나 공급망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실제 지난여름 HD현대중공업의 임단협 교섭은 난항을 겪으며 부분 파업과 전면 파업, 크레인 고공 농성으로 이어졌다. 특히 7월 초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직후, 사측이 제시한 첫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법적 부담이 줄어든 상황에서 노조의 투쟁 강도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해석이 현장 안팎에서 나왔다.


협상은 장기화됐고, 결국 9월 들어 두 번째 잠정합의안이 도출되면서 타결 절차에 들어갔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불안정성은 제도 변화와 맞물려 한국 조선업의 공급망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시장 역시 예의주시했다. 한화오션 등 일부 조선주는 노란봉투법 통과 우려가 반영되면서 8월 들어 변동성이 확대됐다. 파업과 교섭 난항이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에 반영된 결과다.


수출 기반 산업의 특성상 국제 규범 변화와 국내 제도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면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 정책적 보완만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구조적 경쟁력 약화를 막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K-스틸법' 제정이나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같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산업 체질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이다.


'최전선'에서 흔들리는 철강과 조선 산업이 다시 세계 무대에서 주역으로 설 수 있을지, 아니면 산업공동화의 파고에 휩쓸릴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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