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HJ중공업이 약 2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수주, MRO(유지·보수·정비)와 방산 등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 해군 MRO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미국 내 법·인증 장벽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이번 증자가 금융권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와도 직결돼 친환경 고부가 상선 신조와 방산, 한미 MASGA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NAVSUP)와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 절차를 협의 중이며, 현장 실사도 예정돼 있다"며 "증자 재원 일부는 MRO 사업 수주에 필요한 설비·시설 보강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국내 기업이 미 해군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정비는 선박 도장, 식자재 보급, 경정비 등 제한적인 영업에 그치고 있다. 미국 법률이 해외 조선소의 고부가 정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미 연방법은 미국 본토와 괌을 모항으로 하는 군함의 해외 정비를 금지하고 있다.
본격적인 정비 물량을 확보하려면 미국 내 거점을 마련하고, 동시에 NAVSEA가 주관하는 MSRA나 ABR(보트 정비 협약)에 등록해야 한다. 이 가운데 MSRA는 대형 수상함 정비를 전제로 하는 협약으로, 사실상 미 해군 MRO 사업의 '입장권'으로 불린다.
제도적 관문을 통과해도 또 다른 과제가 남아있다. 대형 보급함이나 군수지원함 정비처럼 도크 내 상가(上架) 작업이나 충분한 수심을 갖춘 안벽 계류가 필요한 사업은 대형 도크와 안벽을 갖춘 조선소만 맡을 수 있다. 단순 시설뿐 아니라 군함 건조 경험, 설계·R&D 인력 등 종합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HJ중공업은 군수지원함과 고속상륙정 등 특수선 분야에서 국내 최다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대형 구축함과 보급함 등 중·대형 군함 건조 경험을 축적해온 것과 비교하면, HJ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중형급 선박에 강점을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HJ중공업이 특수선과 중형급 정비 역량은 충분히 입증했지만, 미 해군이 요구하는 대형 Availability급(정해진 기간 동안 선박을 정박시켜 수행하는 중·대형 정비 작업) 사업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검증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HD현대와 한화가 지난해 초부터 신청 절차를 시작해 1년가량 앞서 있는 것"이라며 "HJ중공업도 현재 미국 측과 실사를 포함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해외 정비 입찰에 단일 기업 차원을 넘어선 '원팀' 생태계로 대응하기 위해 부산·경남 지역 기자재·부품사 10여곳과 '함정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단순 하도급 관계를 넘어, 실제 미 해군 MRO 프로젝트 수주에 맞춰 각종 정비·수리 공정의 분업과 품질관리를 공동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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