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국내 유일 국적 선사인 HMM의 매각 작업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난해 무산된 매각전보다 수월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인수 의사를 밝힌 포스코그룹은 사실상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앞선 매각전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우협)으로 선정된 하림그룹과 정부 측이 경영 주도권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포스코그룹과는 접점을 찾기 쉬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포스코, 현재 사업성 검토…경영 주도권 탓 결렬된 하림그룹과 다른 결
5일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HMM 인수를 위해 심일회계법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사업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그룹 핵심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외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특히 포스코그룹이 HMM의 초대형 화주인 만큼 인수합병(M&A)이 성사된다면 매년 수 조원 규모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HMM 매각이 1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업계 관심은 성사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HMM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2023년 11월 기 보유 중인 HMM 주식 1억9879만156주와 영구채 중 전환한 2억주를 더해 총 3억9879만156주를 팔기로 결정했다. HMM가 M&A 시장 매물로 나온 것은 2016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한지 7년 만이었다.
예비입찰에는 하림그룹과 동원그룹, LX그룹을 포함해 독일 컨테이너 선사인 하파크로이트 총 4개사가 참여했는데, 원매자 모두 중견기업 수준이어서 업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입찰 당시 상황을 따져보면 HMM의 자산 규모는 24조원에 달했지만 ▲하림 17조원 ▲LX 11조원 ▲동원 9조원 수준이었다. 또 하파크로이트의 경우 해외 기업인 터라 국부 유출을 우려한 정부 측에 의해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HMM 매각전은 당초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양측이 1조6800억원 상당의 미전환 영구채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해당 영구채가 추후 전환될 경우 자신들의 지배력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 유예 등을 요구했다.
이와 달리 정부 측은 하림그룹이 HMM이 보유한 10조원 상당의 유보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고, 강도 높은 주주간 계약 조건을 달았다. 세부적으로 하림그룹의 HMM 현금배당 제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면서 딜(Deal)은 결국 깨졌다.
◆ '정부 입김' 닿는 포스코…일반 사기업 대비 해진공 경영 개입 부담↓
업계는 HMM 재매각 딜클로징(거래종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산은과 해진공 주식 전량을 인수하기보다, 산은 지분만 취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해진공은 일찍이 HMM 지분 매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산은의 경우 HMM 지분 매각으로 국민 혈세(투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춘 반면, 해진공은 국내 해운산업의 안정성과 영속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이 2000년 민영화됐음에도 완전한 독립성이 확보하지 못했다는 구조적 특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표이사(CEO) 인선 과정이나 경영 자율성 측면에서 정치권 개입이 잦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이 회사 회장들이 물러났을 뿐더러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지분율 8.32%)이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와 함께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 같은 공약을 밝혀왔는데, 당장 HMM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신중론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이 산은 보유 지분을 떠안게 되면 사실상 정부가 HMM 경영에도 관여할 수 있는 데다, 해진공 역시 경영 감시자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의 재무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올 상반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이 총 16조7711억원으로 집계됐다. 산은이 보유한 HMM 주식가치는 전날 종가(주당 2만2500원) 기준 8조3070억원이며, 경영권 프리미엄(20~30%)을 더할 경우 딜 규모는 최대 1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계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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