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K-AI)' 개발 사업에서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업스테이지가 최종 정예 5개 팀에 선정됐다. 수많은 AI 기업들 사이에서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NC AI 등 대기업·대형 연구조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내 AI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특히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자체 개발한 모델이 대기업 모델 대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만 1936억원을 투입해 GPU 1000장 이상, 연간 데이터 가공비 최대 50억원, 해외 인재 매칭 펀드 등 막대한 자원을 지원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예상됐던 구도 속에서 업스테이지가 포함된 배경에는 기술력과 실행력, 그리고 스타트업 특유의 민첩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스테이지는 '유형 1' 과제를 맡아 자체 아키텍처와 학습 알고리즘을 새로 설계한다. 'Solar WBL'로 명명된 모델은 1000억~3000억 파라미터를 목표로 하며 한국어·영어·일본어·동남아 언어 확장과 멀티모달 기능, 산업별 특화 모델까지 단계적으로 진화할 계획이다. 단순 개발을 넘어 의료·금융·법률·제조 등 국내 산업 전반에 AI 도입을 확산하고 글로벌에서도 통할 수 있는 프런티어 모델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스타트업 군단'으로 꾸려진 컨소시엄도 눈길을 끈다. 모델 개발과 GPU 인프라 운영에는 ▲래블업(GPU 분할 가상화) ▲노타 AI(모델 학습·경량화 최적화) ▲플리토(데이터 전처리·평가)가 참여한다. 학계에서는 ▲카이스트(오혜연·이재길·임경태 교수) ▲서강대(장두성·최준석·이화란 교수) 연구진이 힘을 보태 해외 우수 연구자 유치, 정규 강좌 개설, 국제 학술 논문·특허 창출 등 연구와 인재 양성을 뒷받침한다.
업스테이지는 이번에 개발할 파운데이션 모델을 바탕으로 국내 산업 전반에 AI 도입을 확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뷰노(의료) ▲마키나락스(제조·국방) ▲로앤컴퍼니(법률) ▲오케스트로(공공) ▲데이원컴퍼니(교육) ▲올거나이즈(검색·글로벌) ▲금융결제원(금융 인프라) 등과 협력하며, B2B·B2G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방침이다. 회사는 3년 내 1000만 사용자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기술 성과도 입증됐다.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 '솔라 프로 2(Solar Pro 2)'는 최근 글로벌 AI 벤치마크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가 발표한 '프런티어 모델 톱10'에 선정됐다. 국내 모델 중 유일하게 포함된 솔라 프로 2는 GPT-4.1(53점), GPT-4o(41점), LLaMA 4 매버릭(51점)을 제치고 58점을 기록했다. 310억 파라미터라는 작은 규모에도 1000억~수조 파라미터급 모델들과 경쟁해 성과를 낸 점이 주목받았다.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화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최근 6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을 2000억원으로 확대했다. 한국산업은행이 리드했고 아마존과 AMD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AWS와는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맺고 세이지메이커, 트레이니움, 인퍼런시아 칩 등 인프라를 활용해 모델 고도화를 추진하며 AWS 베드록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글로벌 배포도 확대한다.
그러나 투자와 글로벌 협력 성과에도 업스테이지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재성 중앙대학교 AI학과 교수는 "김성훈 대표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AI 확산에 기여해온 것은 분명하지만 정작 LLM 핵심 기술 역량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다"며 "다만 국내 대표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 전파가 필수적인 만큼 이런 측면에서 업스테이지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교수는 "업스테이지는 딥러닝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로선 가장 제대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며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유일한 국내 스타트업이라는 점도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즉 스타트업으로서의 기민함과 글로벌 인지도는 분명한 강점이지만 동시에 성패가 곧 존립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리스크가 공존한다는 의미다. 대기업 중심의 AI 생태계 속에서 업스테이지의 선발은 스타트업이 단순 보조자가 아니라 주도적 주체로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자본과 인력을 한정된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중간 평가에서 탈락할 경우 충격은 대기업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또 업스테이지가 스타트업이라는 규모의 한계로 막판까지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완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업계에서는 최종 3개사 안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업스테이지 입장에서는 충분히 성공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위험을 분산하며 대응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사실상 사활을 걸어야 하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단일 과제의 성패가 곧 회사 존립과 직결되는 만큼 작은 변수도 무게가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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