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에 약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렸다. 다만 트럼프가 미국 내 생산 또는 투자 기업은 예외로 두겠다면서 업계는 이를 '투자 압박용 카드'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에서 애플의 신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와 반도체가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약속한 기업에는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100% 관세 부과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가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우려도 커졌다. 이들 양사는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준비 중이지만 추가 투자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 중이며, 텍사스 테일러에도 파운드리 공장도 짓고 있다. 신규 팹인 테일러 공장은 최근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고율 관세를 앞세운 전형적인 압박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설비를 갖추거나 투자 계획을 밝힌 기업은 예외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실질적인 관세 부과보다는 현지 투자 확대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다. 다만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구체적인 기준과 시점이 명확해질 때까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도 실제 관세 부과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 라디오쇼에 출연해 "만약에 15%로 미국의 반도체 최혜국 세율이 정해진다면 우리도 15%를 받는 것"이라며 "앞으로 100%가 되건 200%가 되건 상관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또한 앞으로 반도체와 의약품 등 추가 품목에 관세가 예고된 분야에서도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추진하더라도 한국에 100%를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현지 투자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100% 부과 발언은 실제 이행하겠다는 의도보다는 해외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려는 전형적인 압박 전략으로 보인다"며 "이미 투자 중인 기업들조차 '더 많이 투자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100%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 내 반도체 수요 기업들이 부담을 떠안게 되는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낸드플래시 생산지가 한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어 미국 수출 물량에 한해 고율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며, 한국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발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라면서도 "투자 유도를 노린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기준과 적용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이미 미국 내 투자가 일정 부분 진행된 만큼 업계도 당장은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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