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CJ올리브영(올리브영)이 미국 진출을 앞두고 투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7000억원에 육박하는 부동산을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진출을 결정짓긴 했지만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 속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에 투자하며 '리스크 헷지'에 나선 것이란 시장 분석이 나온다.
올리브영은 지난 5월30일 서울역 인근 KDB생명타워를 6744억원에 매입했다. 올리브영은 2021년 이 건물에 임차해 들어가 현재 전체 임대면적의 40%인 14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회사 측은 미래성장을 위한 안정적 거점 마련을 위해 사옥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오너 3세의 승계를 위한 안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CJ 지분은 3.2%, 딸인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실장의 지분은 1.47%에 불과하다. 반면 이들의 올리브영 지분율은 각각 11.04%, 4.21%로 지주사 지분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향후 유력한 승계 시나리오 중 하나인 상장사인 CJ와 비상장사인 올리브영이 합병을 하면 자산가치나 미래에 창출가능한 현금흐름 등을 예상해서 합병비율이 정해진다. 오너 3세들이 올리브영 지분을 이용해 지주사 지분율을 끌어올리려면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올라가야 유리하다. 이에 이번 사옥 매입이 올리브영의 자산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리브영은 외부자금 없이 자체적으로 건물을 매입했다. 대규모 현금이 유출된 탓에 자산의 총량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 매입자금을 신규사업에 투자하면 미래현금흐름 가치를 더 극대화할 수도 있다. 비상장사의 미래가치는 합병을 추진할 때 현재의 자산보다 더 높은 가치의 '프리미엄'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리브영은 현재 세계 최대 화장품시장인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건물 매입 대신 미국시장 진출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성과를 올리는 방법도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자산가치를 올린다고 해도 오너 3세의 올리브영 지분율이 크게 높지 않아 지주사 지분을 늘리는데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라며 "합병을 통해 지분율을 늘리는 것보단 CJ 지분 42.07%를 보유한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상속을 받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이에 이번 사옥 매입은 승계를 염두에 둔 투자보다는 안전자산 확보로 내실을 다졌다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환율과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미국 진출사업의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미리 안전책을 마련해뒀다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특히 올리브영이 매입한 KDB생명타워 건물은 30층 높이 오피스건물로 올리브영을 포함해 우량한 외국계 기업들이 입주해 있어 임대수익도 탄탄하게 올릴 수 있고 서울역 역세권 개발에 따른 추가적인 호재까지 누릴 수 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사옥을 매입하면 매년 발생하는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고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올리브영의 자산 가치도 상승한다"며 "결국 올리브영은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미리 안전한 자산에 투자해 내실을 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도 이번 사옥 매입과 관련해 "미래성장을 위한 안정적 거점 마련의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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