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어떤 게임이 성공할까?'라는 질문은 게임업계의 영원한 숙제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의 오진욱 팀장은 이번 NDC 25에서 게임 흥행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AI 기술을 소개하며 감과 직관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에서 게임 흥행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하는 '흥행 예측 AI' 시스템을 개발하며 적용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오진욱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AI R&D실 게임밸류에이션팀 팀장은 24일 경기도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과 경기창조혁신센터 등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25(이하 NDC25)'에서 'AI로 찾아가는 게임 흥행의 새로운 길 - 흥행 예측 AI 개발 활용 도전기'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오 팀장이 속한 게임밸류에이션팀은 인게임 데이터가 아닌 게임 제작 이전의 사업 단계에서 의사결정을 보조할 수 있는 AI 도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게이머가 좋아할 게임을 어떻게 미리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흥행 예측을 위한 AI 시스템 구축 사례를 공개했다. AI의 역할은 단순히 '성공 여부'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성공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를 정량화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회를 넓히는 것이다.
흥행 예측 AI는 ▲방대한 게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설명 가능한 판단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추론' ▲시장 반응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시스템 등 세 가지 핵심 역량을 토대로 구축됐다.

우선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매년 수만 개 이상 출시되는 게임 데이터를 수집해 장르, 아트스타일, 유저 평가, 플레이 영상 등 약 700~800개 항목으로 정형화했다. 이를 통해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잠재력 높은 게임의 패턴을 포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감이나 경험에 의존했던 기존 의사결정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AI의 모든 판단에는 '왜 이 같은 결론이 나왔는가'를 분석할 수 있는 구조도 도입했다. 모델의 예측 결과는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을 함께 제시하며 이 과정을 통해 설명 가능성과 재현성을 확보했다.
오 팀장은 "특정 게임이 특정 시장 환경에 출시됐을 때 어떤 반응을 얻을지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며 "마치 도시 설계나 스포츠 매니지먼트 시뮬레이션처럼, 가상의 시장 구조를 구성해 다양한 변수에 따른 결과 값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넥슨의 흥행 예측 AI는 두 계열의 AI 모델을 병렬 활용한다. 수치 기반 패턴 분석에 강한 GBM(Gradient Boosting Machine) 계열 모델과, 텍스트·이미지 등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LLM(Large Language Model) 기반 모델이다.
GBM은 안정성과 해석력 측면에서 강점이 있으나, 이미지나 자유서술형 리뷰 등은 별도 전처리가 필요하다. 반면 LLM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직접 받아들이는 데 유리하지만, 결과 해석의 불확실성과 계산 자원의 부담이 단점이다.

오 팀장은 "GBM은 예측 정확도가 높지만 과거 패턴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LLM은 창의적 조합에 유리하지만 결과를 재현하거나 설명하기 어렵다"며 "두 모델의 장점을 조합해 시나리오별로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측 결과는 단순히 수치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출시 이후 성과와 비교해 '왜 맞았는지', '어디서 빗나갔는지'를 분석하는 백테스트·라이브테스트 피드백 루프가 시스템 전반에 내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장기적으로 선방한 퍼즐 장르 게임은 정확히 예측한 반면, 대형 IP 기반 MMORPG는 마케팅 강도 등 비정형 요인을 반영하지 못해 예측이 빗나간 사례로 분석됐다"며 "게임 장르·국가별 수용성·아트 스타일 등 변수는 AI가 학습 가능하지만 대규모 마케팅 집행 여부는 현재 구조로는 완벽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이 AI 기술을 두 방향에서 실무에 활용 중이다. 첫째는 '양질의 게임 발굴'로 스팀에 매년 출시되는 1만8000개 게임 중 대부분은 조명조차 받지 못한 채 사라진다. AI는 이들 중 숨겨진 가능성을 가진 작품을 선별하는 1차 스크리닝 역할을 한다. 둘째는 '시뮬레이션 기반 기획'. 창의적인 기획이 '불확실성' 때문에 채택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AI는 도전적인 게임 기획안을 정량적 근거로 뒷받침해 준다. 오 팀장은 "바둑 AI 알파고가 새로운 포인트를 둔 것처럼 새로운 수를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때 은퇴 위기였던 선수가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가치가 발굴돼 전설이 되었듯이 우리 게임 업계에도 그런 게임들이 있다. 이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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