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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본더 '삼각관계'
딜사이트 김민기 산업1부장
2025.05.28 07:00:31
SK하이닉스-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 '불편한 동거' 시작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7일 11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민기 산업1부장] #1. 전지적 한미반도체 시점. 한미반도체는 서운하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 1위를 유지하며 엔비디아의 독점적 선택을 받게 만든 일등 공신이자 핵심 협력사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가 손을 잡은 것은 2017년이다. 약 8년 동안 양사는 TC본더를 공동 개발하고 수율과 안정성을 맞춰가면서 동고동락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밀려 늘 만년 2인자였다. 


SK하이닉스가 지금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HBM을 무기 삼아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AI(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당분간은 SK하이닉스를 뛰어넘을 메모리반도체 기업은 없을 것이다.


한미반도체도 SK하이닉스의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 SK하이닉스와 함께 HBM 시장을 재패했다는 자부심도 커졌다. 양사의 아름다운 봄날, 뜨거운 여름은 영원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갑자기 SK하이닉스에서 한미반도체 이외에 한화세미텍(구 한화정밀기계), 싱가포르 업체인 ASMPT와 TC본더 공급 논의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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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SK하이닉스의 움직임에 한미반도체는 서운했다. 고객사가 협력사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멀티 밴더 전략을 가져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러기엔 배신감이 너무 컸다. 한화세미텍의 장비는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생각이 들어 특허소송까지 걸었다.


적어도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의 소송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수주 계약을 미룰 줄 알았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올해 3월 14일과 27일 2주 사이에 한화세미텍 TC본더 수주 공시를 2번에 걸쳐 냈다는 점이다. 심지어 장비 가격도 우리 장비보다 비싸게 사들인 것 같았다. 통상 1번에 묶어서 내는 수주 공시를 2번이나 나눠서 냈다는 점은 더 이상 우리와의 관계는 끝났다는 이별 통보와도 같았다. 자존심은 뭉개졌다. 결국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본더 가격을 28% 인상하고 AS인력도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간의 서운함과 억울함이 담긴 폭발이었다.


#2. 전지적 SK하이닉스 시점. SK하이닉스는 당황스럽다. SK하이닉스에게 HBM은 기회이자 미래였다. SK그룹의 위기 속에도 SK하이닉스가 벌어준 현금은 그룹을 지탱하게 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삼성을 넘어 메모리 반도체 1위라는 타이틀을 주위에서 달아줬다. 


기분은 좋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맏형인 삼성전자가 언제 어떻게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할지 모르는 불안감은 지속됐다. 치열한 경쟁 속 SK하이닉스를 긴장하게 만든 것은 마이크론이었다. 삼성전자보다 빨리 엔비디아의 HBM 퀄테스트 통과를 하고 야금야금 HBM 물량을 가져갔다. 그렇다고 해서 SK하이닉스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에게만 장비를 독점할 줄 알았던 한미반도체가 마이크론에 장비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ASMPT 장비에 대해 퀄테스트를 먼저 진행했는지, 한미반도체가 마이크론에 장비를 먼저 납품했는지 구체적 시기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 회사였던 한미반도체를 시총 16조원의 거대 회사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우리였다. 아무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적층 공법이 다르지만 경쟁사에 혹시나 HBM 노하우가 들어갈지 걱정됐다. 마이크론에게 장비를 납품하는 한미반도체를 보며 당혹감을 숨길 수 없었다. 심지어 삼성전자에도 장비를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배은망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체급이 너무 커져 컨트롤이 잘 안되는 한미반도체보다는 새롭게 시작해 열정도 많고, 그룹 간의 관계도 좋은 한화세미텍이 새로운 파트너로 떠올랐을 것이다.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통해 불확실성도 해소하고 가격 경쟁력도 높여 수익성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이제는 새로운 협력사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3. 한화세미텍 전지적 시점. 한화세미텍은 긴장된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깨질 것 같지 않았던 동맹이 흔들리면서 시장에 새로 진입하게 되자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각오가 크다. 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서도 유통 기반의 소비사업을 넘어 반도체 장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면 새로운 먹거리 확보와 더불어 그룹 내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


한화세미텍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빈틈을 적극 공략 중이다. 한미반도체 임원이 한 방송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본인들의 TC본더 장비의 강점을 널리 알렸다. 홍보전에도 적극 참여하고 수동적인 움직임에서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SK하이닉스의 옆자리를 꿰차겠다는 심산이다.


올해 TC본더 수주액만 놓고 봤을 때도 한미반도체보다 더 많이 SK하이닉스 물량을 가져갔다. 하반기 수주가 남았지만 예상 외 성과다. 당장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온 한미반도체의 TC본더 기술력을 하루 아침에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만 대기업 계열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자동화 시스템과 유지보수 편의성 강화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생각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믿고 있다. 


#4. SK, 한미, 한화의 '불편한 동거'는 시작됐다. 한미반도체의 계약 수주 소식이 나오고 SK하이닉스에 AS인력을 다시금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갈등은 일단락된 듯한 모습이다. 서로의 관계가 깊었던 만큼 갈등의 감정은 완전히 씻기지 않았다. 


하지만 AI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시장은 예측하기 힘들어졌고, HBM이 갑작스레 시장의 주류가 됐던 것처럼 또 다른 새로운 제품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지 알 수가 없다. SK하이닉스에 한미반도체는 여전히 필요하고, 한미반도체에게도 SK하이닉스가 없으면 안 된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변화의 바람과 글로벌 경쟁사의 추격은 빠르다. 이미 HBM이라는 배에서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의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시작됐다. 그동안 소송하고 견제하고 경쟁했지만 서로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연함과 관용이 필요할 때다. 이제 서운함과 아쉬움,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은 가슴에 묻어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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