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령 기자] 비소세포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성공을 함께 일군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J&J)이 한국 바이오 생태계와의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과 공동 개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협력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과 주목하는 기술 분야를 구체화하며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존슨앤존슨은 특히 정밀의료 기반의 치료 전략과 면역·종양 질환 중심의 혁신 기술 확보를 협력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5(BIO KOREA 2025)'에서 존슨앤존슨 관계자들은 '협업과 맞춤형 지원을 통한 혁신 성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번 행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충청북도가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존슨앤존슨 주요 임원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글로벌 혁신의 거점으로 규정하고 정밀의료 기반의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와 미충족 수요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댄 왕(Dan Wang) 존슨앤존슨 아시아태평양 총괄 책임자는 "한국은 유럽과 북미를 연결하는 전략적 허브로 헬스케어 혁신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과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존슨앤존슨은 앞서 2018년 제약부문 자회사 얀센을 통해 유한양행과 총 9억50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를 도입했다. 렉라자는 2021년 국내 31호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고 2023년에는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이후 2024년 1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으며 같은 해 8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병용요법에 대한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는 국산 항암신약 최초의 FDA 승인 사례로 기록됐다.
존슨앤존슨은 종양학과 면역질환 분야 모두에서 정밀의료 기반의 치료 전략을 중심에 두고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환자군을 선별하고 발현 표적에 정밀하게 접근하는 기술에 주목한다는 설명이다.
스테판 하트 온콜로지(종양학) 글로벌 총괄은 "모든 암종을 근치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다발성 골수종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T세포·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기반 면역치료 기술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라며 "종양세포에서만 발현되는 표적을 정밀 타깃으로 삼고 환자군을 먼저 찾아내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카이 스토버 EMEA 혁신 책임자 역시 중재 종양학(interventional oncology) 영역의 진전도 공유했다. 그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전신 부작용은 최소화하기 위해 약물을 종양에 국소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면역질환 영역에서도 바이오마커 기반의 정밀진단과 복합기전 접근을 통해 파트너십 기회를 넓히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류마티스, 면역 피부질환, 염증성 장질환, 모태면역질환 등 4대 질환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이중항체 병용요법과 항염증·염증 해소 복합 전략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테렌스 루니 류마티스 담당 부사장은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 치료 전략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해당 분야의 기술이나 인공지능(AI) 기반 분석역량을 갖춘 기업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트너십 전략의 지역적 확장도 강조됐다. 존슨앤존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설정하고 후기 단계 자산을 중심으로 한 기술 도입에 주력하고 있다.

로렌스 릭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 아시아태평양 신사업개발(BD) 담당 이사는 "아시아태평양은 인구 규모와 의료 수요 측면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시장"이라며 "우리는 후기 임상 단계 자산을 중심으로 환자 니즈에 부합하는 혁신을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존슨앤드존슨의 'One BD' 모델을 통해 글로벌 정렬과 지역 민첩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으며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외부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맬릭 이사는 "개념검증 이후부터 상업화 직전까지의 자산을 대상으로 차별성·환자 혜택·포트폴리오 적합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전략적 적합성이 확인되면 빠르게 실행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존슨앤존슨이 협력 조건으로 제시한 기술들은 국내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이미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로 구체적인 협력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CAR-T 기반 치료제는 큐로셀, 앱클론 등이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중항체 병용요법 분야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면역항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진단과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에서는 뷰노, 제이엘케이 등 의료 AI 기업들이 실제 제품화를 이끌며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다. 존슨앤존슨이 제시한 기술 방향성과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역량 사이에 의미 있는 접점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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