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디자인 전문가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을 디자인 총괄로 영입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조직을 손보고 실무급 인재 채용까지 단행했다. TV·모바일 등 주요 사업의 경쟁 심화에 대응해 디자인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디자인경영센터의 명칭을 'CDO(최고디자인책임자)'로 바꾸고, 소속도 디바이스경험(DX)부문 산하로 재편했다. 디자인경영센터는 2001년 CEO(최고경영자) 직속으로 신설된 조직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1일 CDO 직제를 신설하고 마우로 포르치니를 CDO(사장)로 영입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디자인 조직의 역할과 위상을 새롭게 정비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글로벌 디자인 전문가로 꼽히는 포르치니 사장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밀라노공과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 학·석사를 취득했다. 필립스에서는 제품 디자이너로, 3M과 펩시에서는 CDO를 역임했다. 삼성전자가 자사 디자인 총괄에 외국인을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당시 회사는 "모바일과 TV, 생활가전 등 전 사업 영역에 걸친 디자인 역량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르치니 사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평소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품, 경험, 스토리텔링과 브랜딩이 만나는 지점이 디자인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의 겉모습을 꾸미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브랜드를 접하고 느끼는 모든 과정을 설계하는 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엿보인다.
포르치니 사장 체제 아래 CDO의 첫 행보는 인재 영입이다. CDO 산하 디자인전략그룹과 차세대UX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각각 디자인 전략과 인터랙션 디자인 직무에 대한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두 포지션 모두 해당 분야의 경력 8년 이상을 요구하며, 전략 수립이나 사용자경험(UX) 설계 등 각 분야에서의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디자인 전략 직무는 중장기 디자인 전략과 단계별 추진 로드맵을 수립하고, 미래 준비를 위한 디자인 혁신 과제와 기회 영역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차기년도 과제를 선제적으로 추진 기획하는 일도 담당한다. 인터랙션 디자인 직무는 인공지능(AI) 기반의 UX 시나리오 기획을 주로 담당한다. AI UX 콘셉트 발굴부터 설계, 개념검증(PoC), 테스트 설계·평가까지 전 과정을 수행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 재편과 경력직 채용이 모두 포르치니 사장 영입 한 달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외국인 임원을 앉힌 데 그치지 않고 조직 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체계에 맞는 핵심 인재 확보까지 빠르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디자인을 DX부문 경쟁력 강화의 핵심 축으로 본격 추진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빠르게 움직인 배경에는 최근 주요 사업의 경쟁력 약화가 있다. 회사의 글로벌 TV 점유율은 지난해 28.3%로, 전년(30.1%)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스마트폰 점유율도 같은 기간 19.7%에서 18.3%로 떨어졌다. 가전 부문에서는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다. 기능과 성능만으로는 차별화에 한계가 뚜렷해지자 디자인과 UX 완성도를 끌어올려 브랜드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 인사를 조직 수장으로 영입한 뒤 직제 조정이나 인력 재편까지는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며 "이번처럼 선임 한 달 만에 조직 개편과 경력직 채용까지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르치니 사장 부임 전부터 삼성 내부에서 디자인 조직 개편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디자인 역량 강화가 그만큼 우선순위에서 높은 과제로 떠올랐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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