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자사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량이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매분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부진한 반도체 사업과 달리 스마트폰 사업은 2분기에도 플래그십 모델 판매 확대와 원가 경쟁력 개선에 집중해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0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 판매량은 1분기 저점을 찍은 후 HBM3E 개선 제품 판매 확대와 더불어 매분기 계단식으로 회복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HBM3E 개선품은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며 "오는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판매 기여 폭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HBM4는 고객사 과제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과 같이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업계 관심이 높은 커스텀 HBM도 HBM4 및 HBM4E 기반 과제로 복수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커스텀 HBM4 일부 과제의 경우 스탠다드는 HBM4와 더불어 2026년부터 판매에 기여할 것"이라며 "HBM4와 HBM4E 고객 수요 대응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 집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1분기 매출이 25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2.1% 줄었다. 시장 기대치였던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크게 밑돈 수치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의 영향으로 HBM 판매가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 중 메모리 사업 매출은 19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는 9% 늘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신제품 상용화 지연과 수요 둔화에 따른 파운드리 부진 등 비메모리사업도 DS부문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스마트폰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냈다. DX부문의 1분기 매출은 5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조7000억원으로 14.6% 늘었다. 이 가운데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는 매출 37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S25 시리즈 판매 호조와 부품 단가 하락, 원가 구조 개선이 실적 상승을 이끌며, DS부문의 부진을 상쇄했다.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매출이 7.4% 늘어난 14조5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40% 줄어든 3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중저가 시장 경쟁 심화와 일부 재료비 부담 확대 등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DX부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 상무는 "이번 1분기 손익 개선은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부품 가격이 전년보다 하락한 데다 제품 사양 최적화와 부품 표준화를 통한 절감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요 부품 단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갤럭시S25 엣지' 출시를 통해 플래그십 매출 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프리미엄 신제품 중심의 에코시스템 사업 성장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임원 성과급의 주식 보상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성과급을 주가와 경영 성과에 연계해 임원이 기업 가치 제고와 장기 성과 창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무엇보다 회사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직접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 가운데 보통주 2조7000억원, 우선주 3000억원은 이미 취득 후 소각을 마쳤다"며 "남은 3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현재 추가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365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시가 배당률은 보통주 0.6%, 우선주 0.7%이며, 총 배당금은 2조4473억원이다. 배당금 지급일은 다음 달 20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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