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첨단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팩토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그래비티벤처스가 국내 AI 기반 공장자동화 솔루션 업체들에 투자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투자는 한국이 제조업 강국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제조업 운영체제(M-OS)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래비티벤처스는 지난 2021년 액셀러레이터(AC)로 출범해 올해 벤처캐피탈(VC) 라이센스를 취득한 하우스다. 대표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로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원순환 테크기업 에이트테크 등이 있으며 30개사에 170억원을 투자했다. 운용 중인 투자조합으로는 모태펀드가 주요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한 충남혁신 그래비티 창업초기 투자조합을 비롯해 대전광역시와 충청권 기반의 벤처펀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의장은 29일 딜사이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2.0 시대의 본격적인 출범 이후 미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전략이 국내 제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중 무역경쟁이 관세전쟁으로 표면화한 가운데 미국의 상호관세정책에 따른 달러절하로 무역수지 개선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우수한 AI 인프라를 앞세워 전통적으로 중국이 장악해온 제조업 분야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숙련공의 고임금이 제조원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만큼 고도화된 공장자동화로 AI가 숙련공의 역할을 대체할 경우 미국의 제조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제조업 생태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실제 공장을 가상 현실로 구현해 최적화된 생산 설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업체인 팔란티어는 엔지니어를 현장에 몇 개월씩 파견해 전문가의 눈으로 공장을 재구성하고 있다.
정주용 의장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운영체제인 윈도우를 통해 하드웨어 시장까지 석권했다"며 "결국 OS를 독점한 MS가 당시 하드웨어 시장의 거물이던 IBM을 누른 것처럼 이제는 제조 분야에서 M-OS 기술에 집중해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공장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국내 제조업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제조 산업이 해외 빅테크에 예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삼성전자가 공정효율화와 수율개선을 위해 팔란티어와 협업을 시도했을 때도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하는 여론이 제기됐다.
정 의장은 "최적화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기 위해 가상공간에 공장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공정별로 흩어져있던 정보들이 하나로 모인다"며 "공장의 파편화된 정보들이 집중돼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보 집중화로 기술 유출의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걱정했다.
◆ 미스릴·로보스 등 공정자동화 솔루션 발굴
그래비티벤처스는 제조업 분야에 공정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그래비티벤처스가 투자한 대표적인 공정자동화 솔루션 업체 중 하나로는 미스릴이 있다. 미스릴은 시멘트제조업 등 공정과정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산업군에 대한 AI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래비티벤처스는 미스릴의 초기 투자자로 5억원을 출자했다. 투자기구(비히클)로는 충남혁신그래비티창업초기투자조합과 그래비티 10호펀드를 동원했다.
축산분야의 공정자동화 솔루션 업체인 로보스도 피투자사 중 하나다. 그래비티벤처스는 ▲비전 5호 ▲비전 6호 ▲비전 7호 등 개인투자조합 3개를 동원해 4억원을 투자했다.
정주용 의장은 "팔란티어와 같은 M-OS를 보유한 빅테크들이 국내 산업에 침투하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상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별로 맞춤형 공정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국내 AI테크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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