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금융위원회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자금 운용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본다. 그동안 부동산에 쏠려 있던 자금이 신기술·중소기업 투자 등 '모험자본'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방향이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발행어음과 투자일임계좌(IMA)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부동산 자산 운용 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 총운용자산의 30%까지 부동산부문에서 운용할 수 있지만 2026년 15%, 2027년 10% 등 단계적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종투사에서 부동산 자산 비중이 과도하게 높았다"며 "IB(투자은행)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행어음을 운용한 4개 증권사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최소 0.2%에서 최대 15.2%까지 편차가 다르게 나타났다.
종투사의 IB 수익 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늘었다. 2013년 0.3%에 불과했던 비중이 2022년에는 50.5%까지 치솟았고, 지난해에도 48%에 달했다. 일반 증권사보다 발행어음이나 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운 종투사들이 '고위험·고수익' 부동산 PF에 집중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종투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업 신용공여(대출) 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자기자본의 100%까지 기업에 신용을 제공할 수 있는데, 여기에 중소기업 및 IB 업무에 한해서는 추가로 100%까지 더 빌려줄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M&A(인수합병) 리파이낸싱이나 대주단 참여, 중견기업 지원, 상생결제 관련 대출도 이 추가 한도에 포함된다.
반면 모험자본에 투입된 자금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의무 비중을 부여하기로 했다. 2023년 9월 말 기준으로 종투사의 전체 자산 가운데 모험자본에 투입된 비중은 고작 2.23%(12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중소·중견기업 대출, 신기술금융회사 및 벤처캐피털(VC) 투자 등을 모두 합친 결과다.
이 같은 제도 변화는 시행령 개정을 거쳐 오는 2분기 안에 법제화되고, 연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종투사 라이선스를 보유한 증권사들은 내년부터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의 전면 수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동산 관련 건전성 규제도 강화된다. 프로젝트 단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분양 여부, 보증 유무 등 부동산 사업장의 실질적 리스크를 종합 반영해 순자본비율(NCR)에 반영하고, 별도의 부동산 위험노출 한도도 신설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증권사들이 산업 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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