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한 수싸움 후 고려아연의 우세로 일단락됐다. 정기주주총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한 안건들이 전부 통과됐기 때문이다. 다만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향후 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의 제51기 정기주총은 오전 9시가 지났지만 지난 1월 임시주총 때와 같이 위임장 확인 과정이 지체되면서 제시간에 열리지 못했다. 1시간 30분이 지난 10시 30분이 되서야 위임장 확인이 마무리되면서 주주들이 하나둘씩 서서히 입장하기 시작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주총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비장한 분위기가 주총장인 몬드리안호텔을 뒤덮었다. 호텔 앞 정문에는 고려아연 직원들이 투쟁에 나서며 피켓을 들고 서 있었고,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마트연합에서도 MBK파트너스를 비판하기 위해 시위했다. 특히 고려아연 노조들은 '고려아연을 제2의 홈플러스로 만들 수 없다"는 현수막을 든 채 '단결·투쟁'이라는 문구가 적힌 상의를 입고 호텔 근처를 지켰다.
이번 정기주총이 늦어지는 건 예견된 결과였다.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를 두고 양측이 치열한 머리싸움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27일 영풍은 정기주총에서 1주당 0.04주를 배당하며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의 지분율을 10% 이하로 낮췄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회사(SMH),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영풍)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영풍)가 갖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고려아연)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돼 10%로 낮추는 전략을 사용했다.
최윤범 회장 측도 의결권을 다시 제한하기 위해 28일 오전 케이젯정밀(옛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1350주를 장외매수하며 지분율을 10.03% 끌어 올렸다. 즉 이번 정기주총에서 다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조치를 취한 셈이다. 다만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제출한 엑셀 데이터가 다르다며 시간이 길어졌다는 입장이다.
주주들은 10시 30분부터 입장하기 시작했다. 주주가 모두 들어서고 1시간이 지난 11시 30분부터 주총이 시작됐다. 이날 의장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맡았다. 박기덕 사장은 시작하기 전 의결권 제한 규정을 언급하며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의 의결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SMH가 주총 시작 전 영풍의 주식을 매수한 것이 효과를 본 셈이다.
영풍도 반발하고 나섰다. 영풍 측 대리인은 "자사는 상호주 제한 위법 항소 등을 포함해 불복 절차들을 밟을 것"이라며 "고려아연 쪽에서 SMH의 영풍 주식 매입과 관련한 어떠한 증빙서류도 영풍에 통보하지 않았고 법적인 판단이 가려진 다음 주총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법률대리인은 "잔고 증명서는 9시 이전인 8시 54분으로 본래 통지된 주총 개회 시작 전"이고 "영풍 측 IR 담당자에게 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총 이후 법적 분쟁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은 의장의 권한으로 의결권을 제한하고 주총을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주총장에서는 고려아연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주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에서 의결권 제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주총 진행을 지연했다. 그러자 고려아연 쪽에서는 "진행해"라고 소리치며 계속된 진행을 요구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에서도 "발언권"이라는 단어를 외치며 이에 맞섰다.
한바탕 소란이 마무리된 후에는 상정된 안건들이 최윤범 회장에 유리하게 통과됐다. 특히 이날 가장 중요한 이사 수 19인 제한' 안건이 가결됐다. 이 안건은 '이사 수 최대 19인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8인 선임의 건(제3호 의안)'을 상정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가장 쟁점이 됐던 안건이다. 해당 안건은 62.83%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이사회 진입을 막을 핵심 방어 수단을 확보했다.
실제 8명을 뽑은 이사 투표에서 최윤범 회장 측은 5명,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3명이 선임됐다. 이로써 고려아연 이사진 구성은 최윤범 회장 측 11명,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선임을 포함해 총 4명으로 구성됐다. 즉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더 공고히 한 셈이다.
다만 변수는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중앙지법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제기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기각했지만,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항소 등 법적 절차를 이어 나갈 뜻을 밝혔다. 최윤범 회장 측이 정기주총에서 경영권 분쟁에 승기를 잡더라도 향후 법적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주총은 지난 1월 임시주총과는 다르게 비교적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법원이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문제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성두 영풍 사장도 주총이 끝나기 전 패배를 직감한 듯 주총장에서 벗어났다.
한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이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세 번째 순환출자 감행…탈법행위 반복'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최윤범 회장 측을 비판했다. SMH가 정기주총 날 장외에서 영풍 지분을 매수한 것이 탈법행위라는 주장이다.
영풍·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최 회장의 연속되는 탈법행위로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는 또다시 파행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최 회장의 불법, 탈법행위로 고려아연 주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됐을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질서 자체가 붕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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