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고려아연이 공모 회사채(공모채)를 발행하면서 독특한 이력의 증권사로 주관사단을 구성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풍·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서 고려아연에 자금을 지원했던 증권사 이름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이들 증권사에 보은(報恩)의 뜻을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빌린 고금리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내달 3일과 4일 중 하루 4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anche)는 2년물과 3년물로 나눴고, 희망금리밴드는 ±50bp(1bp=0.01% 포인트)를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7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종 발행일은 4월 11일이다.
이번 공모채 발행은 한 차례 연기된 뒤 새롭게 잡힌 일정이다. 당초 지난달 공모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금융감독원이 경영권 분쟁 상황 등을 고려해 정기주주총회 이후 발행할 것을 권고하면서 일정을 미뤘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달 28일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후 영업일 기준 4~5일 뒤에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발행에서 눈길을 끄는 건 주관사 구성이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하나증권이 주관업무를 맡았다. 이들 증권사는 모두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금 조달이 시급했던 시점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곳들이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보은의 의미로 이들과 주관 계약을 맺었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해석이다.
예컨대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0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사무를 담당했으며, KB증권은 공개매수 사무 취급자 역할을 맡았다. 하나증권은 고려아연 쪽에서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담당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기업어음(CP) 2000억원을 인수한 한국투자증권은 인수단으로 포함됐다"며 "사실상 도움을 맡은 증권사 모두를 챙긴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지난해 10월 발행한 1조원 규모의 사모채 중 일부를 갚는 데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조달 금리가 6.5% 수준으로 비용 부담이 큰 탓이다. 특히 고려아연의 신용등급 AA+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금리다. 사모채 발행 당시 시점(2024년 10월 2일) 기준 동일 신용등급의 채권시가평가수익률 수준은 3.2%다. 단순히 계산하면 고려아연은 330bp가량의 추가적인 이자비용을 감수하고 있었던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공모채로 고금리 차입금을 갚아 이자 비용을 경감하는 전략은 불가피하다"며 "이번 공모채 발행은 고려아연이 높은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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