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영풍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MBK파트너스·영풍과의 지분율에서 밀리던 고려아연은 오히려 정기주총 하루를 앞두고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됐다. 지분율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게 된 고려아연이 이번 정기주총에서 '이사수 19명 상한 제한 안건'을 통과시킬 경우 상당한 시일 내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장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법원의 영풍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간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새국면을 맞았다. 법원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앞서 7일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해 신설 유한회사 와이피씨(YPC)를 설립했다.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을 직접 가지고 있지 않으니 고려아연이 만든 순환출자고리가 깨졌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정기주총 기준일은 지난해 12월 31일로 관련 주식의 보유자는 '와이피씨'가 아닌 '영풍'이라고 봤다. 결국 영풍은 상법상 상호주 관계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원래 MBK파트너스·영풍의 지분율은 총 41%로 최윤범 회장 측(34%)을 앞섰다. 하지만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지분율은 기존 41%에서 16%로 축소됐다. 사실상 이번 정기주총은 최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제안한 '이사수 19인 상한 안건'이 통과되면 MBK파트너스·영풍 측 인사가 이사회를 진입하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임기 만료(5명)되는 인사를 제외하면 최 회장 측 5대 1 구도다. MBK파트너스·영풍은 현재 장형진 영풍 고문만 이사회에 올라 있다. 고려아연이 법원의 결정으로 이사 수를 최대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고 8명의 이사를 집중투표제로 선임하면 최 회장 측 인사 5명이 신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분리선출하는 감사위원 1명까지 최 회장 측 인사가 선임되면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11 대 MBK파트너스·영풍 4로 재편된다.
이대로 고려아연이 이사 수를 최대 19인으로 설정하면 당분간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장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사 수 상한 설정의 건은 정관 변경의 건으로 특별결의 사항이다. 통과를 위해선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다만 의결권 기준으로 MBK파트너스·영풍이 46.7%, 고려아연 측이 39%로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특별 결의 통과가 힘들다.
이날 고려아연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판결에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은 "법원 결정에 환영하며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로부터 고려아연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지키고 모든 임직원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주주총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적대적 M&A 시도를 막아낼 것"이라며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역군으로서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점을 주주와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내일(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요 안건은 ▲제51기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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