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이자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한편 자산재평가·자산유동화·사업구조조정·비핵심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이 같은 노력에도 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유통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부진 탓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앙으로 꼽힌다. 이에 딜사이트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유동성을 비롯한 재무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수익성 악화와 무관하게 그룹의 유동성 핵심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동 부지가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 잠재울 수 있는 '핵심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해당 부지는 현재 롯데칠성음료의 물류센터로 활용되고 있지만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예상 평가액만 4조원에 달하는 '알짜 자산'이다. 서초동 부지는 그 동안 롯데칠성음료의 신용등급을 탄탄히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드라마틱한 외형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2조5061억원→2022년 2조8417억원→2023년 3조2247억→올해 3분기 누적 3조1012억원(전년비 34.4%↑)으로 늘었다. 올해에는 국내 종합음료기업 중 최초로 매출 4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이는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10월 필리핀펩시(PCPPI)의 경영권 취득을 완료하고 종속기업으로 편입한 덕이다. PCPPI의 지난해 매출은 9448억원이다.
매출 성장 대비 수익성 악화는 옥에 티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1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1757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3.3%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2022년 7.84%에서 지난해 6.53%로 내려 앉은데 이어 올해 3분기 누적도 5.67%에 그쳤다. 음료사업 실적을 견인해온 탄산음료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원당지수 상승 등으로 원재료가격 부담이 커진 여파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오렌지와 커피, 캔 등 투입원가 상승으로 영업마진율이 축소됐고 성수기 마케팅 확대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의 각종 재무지표도 후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연결기준 유동비율은 2021년 102.4%에서 2023년 90.9%, 올해 3분기 말 기준 75.7%로 하락했다. 부채비율도 2021년 148.9%에서 올해 3분기 말 174.1% 25.2% 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순차입금 비율은 75.1%에서 94.1%로 늘어났다. 결국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가 수익과 재무건전성 악화를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동 부지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 서초구 1322-1 일대에 위치한 4만3438㎡ 규모의 부지로 롯데칠성음료의 예전 음료공장 자리다. 현재 이 부지는 물류창고로 쓰이면서 장부가액이 4000억원에 그치지만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대규모 부지라는 희소성으로 예상 평가액은 4조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은 앞서 해당 부지를 대규모 오피스 단지로 개발하려 했으나 서울시와의 이견과 각종 사건들로 인해 번번이 무산됐다. 2021년 이후에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에 따라 해당 부지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으나 롯데그룹은 별다른 개발 제안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롯데그룹이 서울 서초동 부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온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해당 부지를 찾아 현장 점검을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당장의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고 롯데그룹이 해당 부지를 팔 때는 정말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오히려 해당자산은 그 동안 롯데칠성음료의 신용도를 지탱해왔다.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현재 롯데칠성음료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이 회사가 보유 부동산의 실질가치를 기반으로 수월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시장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토지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경우 현재 17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7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정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롯데칠성음료는) 서초동 부지 등을 포함한 보유부동산의 우량한 실질가치가 재무융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 회사의 신용등급에는 보유자산의 우수한 실질가치가 이미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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