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박춘원 신임 전북은행장(전 JB우리캐피탈 대표)이 공식 업무에 돌입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비은행 출신 수장 체제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당장 가시적인 내부 충돌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내부 승진 문화가 강한 지방은행 특성상 조직 안착과 인사 관리가 중장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행장은 최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2026 희망 나눔 신년음악회'에 참석하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대외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선임 과정에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며 한 차례 절차가 연기되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의 신임과 전략적 판단을 바탕으로 전북은행 수장 자리에 올랐다.
박 행장은 정통 은행권 내부 코스를 밟아온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로 경력을 시작해 아주산업, 아주저축은행, 아주캐피탈 대표를 거친 뒤 2021년부터 JB우리캐피탈 대표를 맡아왔다. 은행보다는 캐피탈·투자금융 등 비은행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이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엇갈린 시선이 공존한다. 비은행 중심의 경영 경험이 전북은행의 체질 개선과 수익 구조 다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은행 조직 특유의 문화와 내부 정서를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녹여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은 전통적으로 내부 승진 문화가 강하다. 특히 지방은행은 지역 밀착 영업과 장기 근속 인력이 많아 내부 인사 시스템이 조직 문화 전반에 깊게 반영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외부 출신 행장 선임은 일부 구성원들에게 "조직 내부에서의 성장 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출신 행장은 내부 직원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조직 안에서 리더가 나오기 어렵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지배구조가 안정돼 있더라도 리더십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면 조직 내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외부 출신 수장을 둘러싼 조직 리스크는 과거 사례에서도 반복적으로 거론돼 왔다. 대표적으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언급된다. 다만 KB금융과 전북은행은 조직 규모와 구조에서 차이가 크지만, 윤 전 회장 역시 '정통 KB맨'이 아닌 외부 전문직 출신으로 영입된 이후 재임 기간 동안 핵심 인사와의 견제설, 특정 인맥 중심 인사 논란 등이 이어지며 내부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다.
인사 역시 잠재적 변수로 꼽힌다. 외부 출신 행장은 단독으로 합류하기보다 신뢰하는 인사를 함께 기용해 경영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내부에서는 외부 행장과 동반한 인사들이 '점령군'처럼 인식되며 조직이 찬반으로 갈리고 줄서기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북은행은 올해 인사에서 노익호 JB우리캐피탈 투자금융본부장을 신임 부행장으로 선임했다.
현재 전북은행 내부에서는 신임 행장의 리더십과 향후 인사 방향을 두고 신중히 지켜보자는 관망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캐피탈과 은행 간 시스템과 업무 방식, 조직 문화의 차이가 뚜렷한 만큼, 박 행장이 중장기 전략을 계획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내부 인사 구조와 조직 문화를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신뢰를 확보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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