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단독 후보 체제로 굳어졌던 차기 전북은행장 인선이 막판에서 멈춰 섰다. JB금융그룹이 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를 차기 행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 일정을 연기하면서다. 금융권에서는 박 대표를 둘러싼 사법적 불확실성이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향후 인사 방향은 지배구조상 영향력이 큰 김기홍 JB금융 회장의 판단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당초 이달 16일 개최 예정이던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백종일 현 전북은행장이 차기 행장 후보에서 중도 사퇴하면서 박 대표가 단독 후보로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선임을 앞두고 절차가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연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유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추후 일정을 다시 조율해 이사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를 둘러싼 사법적 이슈가 일정 연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표가 이끌고 있는 JB우리캐피탈은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관여한 IMS모빌리티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청탁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박 대표는 이 사안과 관련해 앞서 지난 7월 김건희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단독 후보 체제에서 이사회 개최 직전 선임 절차가 멈춘 점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 행장 후보가 선임을 앞두고 사법적 이슈로 인해 절차가 연기된 사례는 흔치 않다"며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장기화될 경우 JB금융그룹 차원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를 거쳐 아주산업, 아주저축은행, 아주캐피탈 대표를 역임했으며, 2021년부터 JB우리캐피탈 대표를 맡고 있다. 전북은행 내부 출신이 아닌 2금융권 인사가 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는 점에서도 이미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박 대표 선임을 강행할 경우 정치·사법적 부담을 안고 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이달부터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CEO 선임 절차와 이사회 책임성 강화를 예고한 상황과 맞물리며 금융당국과의 긴장 관계가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지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특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단독 후보로 추천된 박춘원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인사 적합성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며 박 대표 선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JB금융 내부에서는 박 대표를 행장으로 선임하려는 기류도 여전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북은행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 전북은행장 후보자는 일부 언론보도에서 제기된 이슈 등을 포함해 적극적 자격요건인 비전과 전략, 리더십, 전문성, 사회책임 등에 대해 자회사 CEO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최종 후보자로 추천됐다"고 밝혔다. 또 추가 검증 여부를 확인한 뒤 12월 말 이전 행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박 대표의 최종 향방은 김기홍 JB금융 회장의 판단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표가 중도 사퇴하거나 후보에서 배제될 경우, JB금융은 자회사 CEO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가동해 후보 추천과 검증 절차를 재진행해야 한다. 이 경우 기존 롱리스트에 올랐던 인물들이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백종일 현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다시 거론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사법적 이슈를 안은 채 인사를 강행할지 아니면 절차를 되돌릴지는 전적으로 김 회장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어느 쪽을 선택하든 부담인 상황이고, 만일 박 대표를 선임한다면 그룹 입장에서 상당 부분 리스크를 감당하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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