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LIG넥스원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고스트로보틱스(GRC)를 인수하면서 무형자산에 영업권이 인식돼 3600억원이나 늘며 외형을 확대했다. LIG넥스원은 로봇 군견으로 불리는 GRC의 사족 보행 로봇을 통해 미국 등 글로벌 방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로봇 시장이 개화하지 않았고, 킬러 로봇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 AI의 오작동 등의 이슈가 남아있어 본격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LIG넥스원은 GRC와 상호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LIG넥스원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3분기 무형자산은 5825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9.5% 늘어난 금액이다. LIG넥스원의 무형자산이 대폭 증가한 건 영업권의 영향이다. 지난 7월 GRC의 지분 60%를 인수하며 3603억원의 영업권이 3분기부터 인식됐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1863억원의 두 배이며 캐펙스(CAPEX) 900억원의 네 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앞서 LIG넥스원은 기업인수목적기업 LNGR LLC를 설립하고 1월 GRC의 기존 주주들과 지분 60%를 3328억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7월에 LIG넥스원이 LNGR LLC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GRC 지분 매매대금의 59.58%인 1983억원을 지원했다. 나머지 대금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하는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교환사채인수대금 1331억원 등으로 조달됐다. 즉 올해 1월부터 진행된 GRC 인수 건이 3분기에 마무리된 것이다.
GRC는 2015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설립된 글로벌 4대 사족보행 로봇업체다. GRC는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해 미국에 공급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감시정찰이나 상시경계, EOD(폭발물) 처리, CBRNE(화생방) 탐지 등 여러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아울러 세계 군용 로봇 시장은 2030년 4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향후 군용 로봇 도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LIG넥스원이 GRC를 인수한 점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다. GRC가 이미 미국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에 로봇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미국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장에서는 LIG넥스원이 군용 웨어러블 시제 개발사업, 수중 감시 로봇 등 연구를 계속 진행하며 로봇 사업을 꾸준히 시도해 온 점을 고려하면 회사의 새로운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LIG넥스원은 연내 워싱턴 DC에 콜라보레이션 센터를 설립하는 등 미국 로봇 시장 진출을 준비할 계획이다. GRC는 임직원 대부분이 로봇공학자와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다. LIG넥스원도 올해 9월말 기준 임직원 4744명 중 58.7%인 2787명이 R&D(연구개발) 직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회사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GRC가 단기간에 수익 창출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개화하지 않은 로봇 및 무인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를 한 만큼 당분간은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실제 GRC는 올 3분기 2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6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인간의 개입 없이 기관총을 발사할 수 있고 AI의 오작동을 가능성 등 '킬러 로봇' 등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우려도 나온다.
또 인수 금액 대비 매출 규모는 미미하다는 점도 우려할 부분이다. 2022년 기준 매출 276억원, 당기순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3억원, 9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처음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3분기 순순실을 기록했다. 인수 당시 연간 매출을 약 5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업계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LIG넥스원 관계자는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GRC에 대한 투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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