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친환경차 전용 모터를 생산하는 SNT모티브가 아직은 전동화 대세에 올라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 고객사이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 납품하던 전기차 구동모듈 공급 계약이 종료됐지만, 이를 대체할 후속 거래를 따내지 못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SNT모티브가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구사해 온 덕분에 리스크 대응력을 갖춘 점은 우려를 희석시키는 요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친환경차 일감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친환경차 부품 전문 기업 표방…매출·영업익 오히려 20% '뚝'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NT모티브는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매출 6831억원과 영업이익 6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8% 줄었고, 영업이익은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9.2% 감소한 711억원에 그쳤다.
SNT모티브가 친환경차 부품 전문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실적 하락은 다소 의아하다는 시각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판매 대수는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증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EV)는 총 1136만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인 1400만대의 80%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9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인 932만대보다 21.9% 증가한 숫자다. 여기에 하이브리드(HEV)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누적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약 1810만대 수준이다.
SNT모티브는 대우그룹이 워크아웃 과정을 밟던 2002년 대우통신의 자동차 부품 사업부가 인적분할해 설립한 대우정밀을 모태로 한다. SNT그룹에 인수된 2006년 S&T대우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2012년 S&T모티브를 거쳐 2021년 지금의 사명을 갖게 됐다.
주력 사업은 전체 매출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차량 부품이다. 특히 EV와 수소차의 주동력원인 구동모터 핵심부품과 HEV용 시동발전모터(HSG), EV용 드라이브 유닛 등을 생산하며 '친환경 부품사' 정체성을 다져나가고 있다.
◆ '최대 고객' GM 볼트EV 단종 여파…캐즘 탓 현대차·기아 매출 감소 중
SNT모티브는 지난해만 해도 최대 고객사가 GM그룹이었다. 실제로 SNT모티브는 지난해 매출 1조1363억원을 달성했는데, 약 34.5%에 해당하는 3920억원을 GM그룹에서 창출했다. 이 기간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이보다 적은 3125억원(27.5%) 가량을 벌었다.
세부적으로 SNT모티브는 GM에 전기차 볼트EV용 구동모듈을 공급하며 연간 1400억원 가량의 고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볼트EV가 지난해 11월 단종됐고, 해당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일감을 수주하지 못하면서 외형 축소로 이어졌다. 이에 SNT모티브 총 매출에서 GM이 차지하는 비중도 축소됐는데, 올 3분기 말 기준 25.5%로 약 9%포인트(p) 하락했다. GM그룹이 최근 판매 부진을 이유로 재고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언급한 점은 추가 수주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문제는 전기차 수요가 약화되면서 또 다른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기아에서 벌어드리는 매출 감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올 들어 SNT모티브 매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완성차 업체(비중 29.9%)로 부상했으나, 단순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현대차·기아가 EV 캐즘 대안으로 HEV 차종 생산을 급격히 늘리고 있지만, HEV용 부품의 단가가 유독 낮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매출 견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SNT모티브는 현대차그룹에 HEV 시동모터를 독점 공급 중이며, 상용(포터·봉고) EV용 구동모터도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HEV 시동모터 가격이 EV용의 4분의 1 수준이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GM그룹과의 거래를 일부러 줄인 것이 아니지만, 볼트EV 단종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전기차 슬로우 다운(하락세)으로 현대차·기아가 차지하는 매출 역시 실질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 보수적 재무전략, 풍족한 현금…차세대 EV 구동모터 수주 '절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SNT모티브가 견고한 이익체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말 누적 기준 매출원가율이 1.6%p 개선된 83.9%로 집계됐다. 통상 매출원가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좋아진다. 아울러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 모두 소폭이나마 상승하며 10%를 넘겼다.
SNT모티브가 보수적이 재무 전략을 고수해온 덕분에 일시적인 실적 부진을 감내할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총차입금 1억원과 현금성자산 4471억원으로 순차입금이 마이너스인 무차입 경영 중이다. 부채비율은 27% 수준인 데다 차입금의존도는 사실상 0%다.
SNT모티브는 매출처 다변화를 위해 현대트랜시스와 스텔란티스그룹 등 신규 거래처를 발굴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NT모티브가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EV 플랫폼 구동 모터 수주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7년까지 전기차 2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이 때까지 현대차·기아는 각각 21개·15개 차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두 회사가 기 출시한 차종을 고려하면 각각 13개·6개를 추가로 내놔야 한다. 만약 SNT모티브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EV 일감을 따 낸다면, 연간 최대 500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지금은 EV 수요가 약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볼륨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케파(생산능력) 부족에 따라 외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수주를 노려볼 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SNT모티브는 SNT그룹 지주사인 SNT홀딩스가 지분 40.9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NT그룹 오너일가 중에서는 최평규 회장 맏사위인 김도환 이사가 유일하게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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